<신년특집1:디지털IT 패권 분수령-월드컵>생산 유발효과만 `8조원`

 월드컵은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탈출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으로 가속화된 국내 경제의 침체상황을 축구열기가 얼마나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역대 월드컵이 개최국의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한 사례는 많다.

 스페인의 경우 82년 월드컵을 계기로 독재국가 이미지를 씻고 관광수입을 두배나 늘리는 데 성공했다.

 98년 월드컵을 개최한 프랑스도 대회 우승으로 국민적 사기를 고양시킨 데 이어 경기회복과 성장의 촉매역할로 큰 효과를 봤다.

 비슷한 규모의 국제적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훨씬 다양한 경기종목과 경기수를 가지고 있지만 한달간 열리는 단일종목 월드컵 대회에 비해 TV 시청자수에서 크게 못미친다.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청한 인구는 연 320억명으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196억명을 크게 넘어섰다. 이번 한일 월드컵은 연인원 500억명이 TV 앞에서 한국을 간접체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열기가 국내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국가적 신인도 향상과 함께 한국적인 문화(韓流) 이미지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은 상품, 서비스에 각인돼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일 월드컵의 생산 유발 효과를 8조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3조7000억원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파급 효과는 수도권 외에 지역 경제의 활성화도 직접적으로 촉진할 전망이다.

 월드컵은 지방도시에서 분산개최되기 때문에 경기장과 숙박시설, 교통시설까지 사회간접자본 전반의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월드컵은 지능형교통시스템(ITS)시장을 비롯한 첨단 사회간접시설 투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미 서울·제주·대전 등 5개 도시를 첨단교통모델도시로 선정해 월드컵 이전 완공을 목표로 대폭적인 ITS 시설투자를 진행중이다.

 우선 관광업계는 월드컵을 계기로 지난해 9·11테러의 악몽을 떨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손님은 중국의 열성 축구팬들이다.

 한국의 축구열기를 뛰어넘는 중국의 축구광은 줄잡아 8000만명,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한국경제의 중국공략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사태로 침체에 허덕이던 항공·운수업계 역시 중국 노선을 증편하는 등 특수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항공업계는 월드컵 기간에 이동특수를 노리고 노선 확충에 앞다퉈 나섰으며 해운업계도 물동량 폭증에 대비해 선편 확보를 준비중이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은 시대적으로 정보기술(IT)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개최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IT분야에서 갖춘 기술수준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IT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 비해 국내 IT산업의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월드컵은 세계인들에게 한국과 일본을 동등한 수준의 국가로 각인시키며 국내 IT제품과 서비스의 가격대를 일본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려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이다.

 또 내년 중반쯤 세계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최근 투자자들의 장밋빛 전망은 이번 월드컵 경기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이란 반가운 손님과 함께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98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전년도에 비해 주가가 45%나 오른 사례가 있다. 

 국내 증시침체의 주역인 한국의 첨단기술주가 월드컵 특수,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맞물려 더욱 상승한다면 국내 IT기업들의 자금사정에도 숨통을 트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가지 악재가 있다면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지은 미국이 여세를 몰아 잠재 테러국의 하나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월드컵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다.

 국가 경제를 살릴 스포츠 행사에 남의 나라 테러전쟁이 끼어들어 다 된 밥상에 재를 뿌리는 일이 없도록 한국의 외교·정치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88올림픽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의 국제 행사인 ‘2002 한일 월드컵’은 한동안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날개를 펴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장이 될 것이다.

 이 귀중한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