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다시뛰는 IT코리아>경기동향과 대응전략

◆꽁꽁 얼어붙은 경기 IT산업에 녹인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그리고 국내 설비투자와 수출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침체를 면치 못한 국내경기는 올 상반기 중 저점을 통과할 전망이다. 일부 경제기관 및 연구소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바닥을 벗어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5% 내외의 성장률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세계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산업인 IT산업의 성장세 전환으로 우리경제가 더욱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소폭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에 내수와 설비투자의 확대가 가세해 경기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전망은 올 상반기 중 디지털방송 확대 실시로 관련 가전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월드컵 특수의 여파로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요산업별 전망을 보면 가전·통신 등의 산업은 생산과 수출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기기는 무선데이터 기기와 IMT2000 장비의 수요확대 및 이동전화기·시스템기기 등의 내수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자릿수의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이동전화기와 시스템, 케이블 모뎀 등의 수출이 두드러져 20% 가까운 고성장이 기대된다.

 가전산업도 월드컵 특수, 디지털방송의 본격화에 힘입어 내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와 컴퓨터 산업도 관련산업의 성장과 세계 경제회복에 따른 수요증대에 힘입어 5% 내외의 생산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컴퓨터는 노트북컴퓨터의 일반화에 따른 수요증가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 개척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상거래 시장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한 50조원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터넷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초고속통신망 가입자수가 1000만명에 이르는 등 전자상거래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화산업은 정부의 육성책과 맞물려 세계의 성장률에 비해 두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게임산업은 PC와 인터넷보급 확산에 따라 30% 이상의 폭발적 성장이 점쳐지며 영화산업도 20% 이상 고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철강·석유화학·섬유 등은 수출이 지난해 수준에 그치며 성장률이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부진에 따른 공급과잉, 부실기업의 만성적인 구조조정 부진 여파로 침체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인 5∼6%대에 미치지 못하는 3%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00년과 2001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설비투자는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반정책이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 확대, 세제감면 등 내수진작책과 수출확대를 위한 틈새제품 발굴 및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 등을 수립해야 할 전망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IT산업 전망-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지난해 정보통신 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다.

 고도 성장을 지속하던 전세계 정보통신 산업은 지난해 2분기를 전후해 급격히 위축됐다. 매 분기 20%대의 성장률을 보이던 휴대폰 시장도 2분기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PC산업도 15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경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축소됐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D램의 경우 시장이 60%나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범세계적인 정보통신 불황의 파장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주력 수출품인 D램·LCD모니터 등 PC관련 부품 및 주변기기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계는 심각한 채산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 정보통신 시장은 윈도XP 등장의 효과, 휴대폰 판매의 회복 등으로 지난해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윈도XP는 전세계 정보기기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벤트다. 만약 윈도XP가 성공한다면 PC 산업도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아직까지 윈도XP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경제회복 시점과 맞물려 PC시장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컴퓨터와 LCD모니터는 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트북컴퓨터는 사무실 환경의 주 플랫폼으로 발전하면서 기존 데스크톱 PC 영역의 상당부분을 잠식해 나갈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산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에서는 중국의 CDMA 상용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내수부문에서는 2.5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전체적인 회복의 수준이 높지 않아 기업의 어려움은 올해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벤처기업의 어려움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해외에서는 거대기업간 합병이나 사업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합병은 규모의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기술의 보완을 통해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을 돌파하는 방안으로 자주 모색돼 왔다. 특히 2002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2∼10위인 업체들간 합병이나 협력이 더욱 활발해 질 전망이다. 이들이 비록 선두권 기업이기는 하나 독자적인 시장영역 확보가 쉽지 않을 정도로 채산성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산업의 본격적인 회복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기술을 통한 시장 창출의 노력도 배가될 것이다. 기업들은 당장 혁신적인 신제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기보다는 기존 제품이나 컨셉트·기술 등을 활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2002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분야 중 하나가 무선 비즈니스 응용 분야다. 이동통신의 붐과 더불어 사무환경이 장소중심에서 점차 사람중심으로 이행해가고 있기 때문에 사무환경에 무선을 적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는 노트북컴퓨터·PDA·무선LAN 등의 하드웨어 기기에서부터 서비스 제공사업 그리고 무선에 적합한 콘텐츠 개발 사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하나 주목할 분야는 텔레매틱스다.

 텔레매틱스는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을 알려주고 목적지까지의 최단거리 등을 안내하는 교통정보 기능뿐만 아니라 뉴스·주식투자·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과 자동차가 결합된 서비스다. 사실 자동차는 지금까지 정보통신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텔레매틱스 분야는 가정·사무실에 이은 또 다른 정보화의 모습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장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기술들이 2002년 시황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보통신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이 결국 향후 전자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점에서 2002년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응축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IT산업의 경쟁력 재고 방안-이재용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1세기의 지축법은 개인이 도의 연마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동차·비행기 등의 생산기술은 전세계·국가·도시간 거리를 시간적으로 약 200분의 1 이상 줄여 놓은 지축법이 아닌 지축기술이다.

 기술에 있어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화·세계화된 기술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과 휴대폰 기술로 대표되는 IT산업에 있어서, 우리의 IT기술은 과연 얼마나 국제화·세계화를 이끄는 뛰어난 지축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IMF 경제위기를 탈출하는데 IT기술이 선봉장 역할을 했다. 또한 최근 대통령의 유럽순방에서 우리의 IT기술 성장에 유럽 선진국들이 놀라움과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IT기술이라면 세계적인 불황과 위기를 겪고 있다하더라도 경제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불황을 맞이해 IT분야의 수출이 20∼30% 감소하고 있으니 절대적인 기술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IT기술의 기간이 되는 초고속망 사업을 미국의 ‘인포메이션 슈퍼하이웨이’, 일본의 ‘신지식자본사회’ 등 선진국들과 같이 시작하여, 초고속응용서비스의 개발, ATM기반의 초고속 백본망 설치, ADSL, CATV 중심의 사용자망 등을 활성화시켰고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에서도 CDMA 기술을 시작으로 2.5세대의 이동통신망 사업 인구를 거의 2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IT산업의 첫발을 국제 경쟁력있게 내디뎠다. 이렇게 좋은 위치를 선점한 시작점을 갖고 있는 국내 IT산업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바로 IT산업의 특징인 빠른 기술변화 요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T산업에 필요한 신속한 국제적 적응력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몇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많이 인식되어 온 인력양성 문제다. 정부에서도 이미 문제점으로 인식해 IT 전문인력 20만명을 정보통신전문대학원, 우수민간 IT학원, IT관련 학과의 증원 등을 통해 오는 2005년까지 양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공계 지원 학생이 매년 2%씩 줄어들고 있다. 이공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또한 새로운 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보통신분야의 빠른 변화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이미 취업한 인력의 재교육을 위한 산·학 협동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와 함께 IT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은 마케팅시장을 개발초기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IT산업은 이미 인터넷과 이동통신서비스를 통해 세계를 하나의 기술권역으로 묶어 놓았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국제적 호환성을 갖는 규격으로 개발을 해야만 국제적 상호연동이 가능하다. 그래야 세계화, 정보화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제적 인증과 국제표준화다. 국제표준화 문제는 이동통신서비스에서 세계시장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동기식이냐 비동기식이냐 하는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으므로 표준화의 문제인식은 잘되어 있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매년 100여명의 표준전문가를 선정, 지원하여 표준화 동향 파악 및 표준화 방향제시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표준화팀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는 선행기술에 대한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므로 세계적인 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장기적 목표를 갖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국제적 인증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IT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는데 가장 뒤떨어져 있는 문제다. 국제적 공인을 받은 인증센터가 서둘러 설립돼 국내장비가 국제적 인증마크를 받고 성능의 우수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국제적 인증을 받아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 이동통신망 사업으로 IT산업의 유리한 시작점을 선점한 우리나라는 이제 국제 경쟁력있는 지축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적응력 있는 고급 인력양성,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표준화 문제와 국제적 공인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새해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