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프론티어십을 살리자>전략적 제휴로 시장을 지배한다

 21세기 산업의 지형은 고전적인 업종과 서비스 영역에 대한 구분이 점점 모호지며 새로운 형태로 지각변동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과 맞물려 ‘머지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무역장벽의 철폐, 교통·통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모든 방면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는 국경의 개념을 더욱 희박하게 하고 있다.

 이런 경제 환경의 변화는 기업들이 더 이상 독자적 역량만으로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전략제휴’가 기업 경영의 핵심 툴로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는 2개 이상의 기업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상호보완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에 대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영전략이다.

 즉 자사에 부족한 상대기업의 경쟁우위 요소를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기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전략적 제휴의 목적이다.

 전략적 제휴는 거대기업간 새로운 사업을 구성하는 여러 프로세스 중에서도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코어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기업간 연합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80년대부터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실시돼 왔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영전략의 툴로 등장했다. 그만큼 과거의 그것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우선 과거 전략적 제휴는 기술이전이나 신시장 개척 등에 한정돼 이뤄진 데 비해 21세기의 전략적 제휴는 공동연구, 글로벌시장 진출, 신사업기회의 창출, 판매제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 전략제휴의 범위는 B2B와 같은 전자상거래(EC)의 발달로 조달·개발·생산·판매 등 기업경영의 전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2001년 2월, 제너럴모터스·포드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르노·닛산 등 세계적 자동차업체들이 그간의 경쟁구도를 깨고 공동 e마켓 ‘코비신트’를 출범시켰을 때 시장의 반응은 ‘디지털 경영 체제는 기업이 종래 생각하던 경영기법이나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질서’가 틀림없다는 분위기였다.

 이미 오프라인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 바람이 불고 있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난 설계와 디자인 공유 바람이 부품·원자재 공동구매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일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벌어진 고도의 경영전략 차원 전략제휴는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삼성전자의 캠코더와 LG전자의 가스오븐레인지를 상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하기로 전격 합의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가전업계의 영원한 맞수였다는 점, 지금까지 두 기업이 같은 시장을 두고 벌여온 경쟁상황에 비춰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SK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를 확산시키기 위해 오프라인 카드사들에 손을 내밀었으며, 카드사 역시 이동통신사가 확보하고 있는 수천여명의 고객사를 겨냥해 통신사와의 제휴에 적극 나섰다.

 이런 전략제휴의 공통점은 수직적 제휴보다는 대등한 실력을 갖춘 기업간의 수평적 제휴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한 첨단산업이나 새로운 복합상품을 위해 이기종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제휴도 만들어내고 있다.

 텔레매틱스 시장을 두고 완성차업체와 이동통신사간 제휴가 나타나고, 생명보험사가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위해 의료기관·닷컴기업과 제휴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전략제휴의 또 다른 모델은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협력이다. 특히 양 진영의 제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닷컴기업의 등장, 대기업이 벌일 수 없는 온라인 영역의 닷컴지배력이 커지며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바이오 영역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며 대기업과 벤처간 제휴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기고: 기업간 제휴란 무엇인가(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언제부턴가 기업간 제휴는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휴방식과 명칭도 기술제휴·사업제휴·업무제휴 등 여러 가지가 등장했다. 오늘날 제휴는 기업 인수합병(M&A)과 함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기실 예전 같았으면 최고경영자(CEO)들이 달가와하지 않았을 내용도 담고 있다. 경쟁사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거나 핵심기술을 같이 만들어 냄으로써 적에게 자신을 너무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가 눈앞의 이익을 달성하고 난 뒤 사태가 돌변하면 새로운 위험에 봉착할 수도 있다. 물론 사업기회를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전에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던 제휴가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바로 ‘신경제’라는 새로운 물결속에 세계 경제가 무한경쟁체제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환경이다. 여기서 신경제의 등장은 두가지 상반된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사업기회와 이를 재가공함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는 파생사업기회를 노리는 긍정적 기대효과이고, 반대로 기회는 많지만 무엇이 수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는 불안감도 상존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많은 기회 앞에 망설이는 기업들이 뭔가에 신속한 결단을 내리도록 재촉하고 있다. 소위 시장선점의 논리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노련한 기업들은 이같은 시장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과거에 없던 신시장이 생겨나면 시장우위를 지니는 것은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먼저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는 상품이라는 역사적 전례는 결국 이같은 맥락이다. 비디오 시장에서의 베타와 VCR, PC시장에서 애플과 PC와의 싸움은 단적인 사례다. 기술적으로는 모두 전자가 우수했지만 후자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더 빨리 접근했기 때문에 지금 승자로 남게 됐다. 이처럼 뒤로는 무한경쟁의 압박감에 쫓기고 앞으로는 신경제의 위험한 유혹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내는 기업들에 해결의 실마리로 다가온 것이 바로 제휴다.

 제휴에도 등급이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보다 신선하게 보다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힘을 합치는 하급제휴가 있는가 하면,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주고 또한 그렇게 세뇌시키기 위해 손을 잡는 상급제휴가 있다. 하급제휴가 성능 좋은 CDMA 단말기를 빨리 출시하기 위해 기업끼리 기술을 공유하는 정도라면, 상급제휴는 IMT2000 표준기술을 CDMA보다는 W-CDMA로 가져가기 위해 공동의 이익진영을 구축하는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등급의 제휴이건 기업들은 이를 모두 활용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위험’을 줄이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혼자 감당하기보다 여럿이 대응하는 편이 낫고, 개발과 마케팅도 힘을 합치는 게 효과적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제휴를 통해 ‘속도’의 스트레스를 줄여 나간다. 또한 한정된 시장에서 모든 회사들이 제각기 다른 사양의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로 대체되는 상품을 내놓으면 어느 누구도 수익을 낼 수가 없는 사태도 초래한다. 그러나 서로 동일한 사양의 제품을 생산하기로 몇몇이서만 약속하면 시장 장악이 가능해지고 손잡은 기업들은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독점력이 있을 때 소비자는 그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기업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수익이 창출된다. 이것이 바로 제휴를 통해 ‘위험’의 수위를 낮추는 원리다. 결국 신경제와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속도’와 ‘위험’이라는 숙제를 기업에 던져줬고, 기업은 제휴라는 무기를 활용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함을 알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제휴를 선호하는 경향은 적과의 동침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구경제식 발상보다 환경변화의 새로운 대응력을 기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상황인식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옛날식 사고를 고집하며 제휴를 거부한다면 합리적인 경영자라고 보기 힘들다. 적어도 신경제에 속한 업종이나 연관 업종에서 제휴를 통한 성장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