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29/끝)기고를 마치며

 ‘벤처만들기’는 우리 갓난 벤처들의 시름이 바닥을 모르고 깊어가던 지난 봄부터 시작됐다.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이 짧은 글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동안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 격려하면서 부족한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자리잡기까지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벤처인들의 꿈과 피땀이 배어 있는 현장을 지키는 ‘벤처지기’로서 나 자신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벤처강국을 향한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다.

 필자는 그동안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현실을 몇 가지 주제로 구분하고 실례를 통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정리해보고자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벤처일병 구하기’ 작전으로 시작된 이 칼럼의 의미를 분명하게 깨우쳐 준 사람은 게임개발 업체를 이끌고 있는 20대의 젊은 G 사장이다. 창업한 지 채 1년도 안돼 해당분야 최고의 사이트로 성장했지만 그는 기성세대의 구원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사선을 뚫기 위해 오늘도 전장을 향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으로서 사자와도 같은 그의 용맹과 투지가 언젠가 글로벌시장을 지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느 B교수의 독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수창업의 성공사례로 들었던 B 교수를 얼마 전 다시 만났다. 직접 창업한 기업을 보다 큰 벤처기업에 합병시키고 난 뒤 교수직까지 포기하면서 기술책임자로서 임무를 다한 그는 내년 봄 다시 교수 신분으로 돌아갈 계획이라 한다. 안타깝게도 예전에 몸담던 학교에서는 벤처기업가로 성공한 그를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교수창업이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K군의 벤처방랑기’ 주인공인 K군의 방랑은 여전히 계속되는 듯하다. 세 번째 사업으로 시도한 모바일 관련 사업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창업 동지들마저 둥지를 뜨려고 해 이 일을 계속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 한편으로는 대학 재학시절의 취미를 살려 문화 콘텐츠 분야의 사업을 추진 중이라 한다. 아이디어와 젊은 패기만으로 도전한 벤처사업에서 실패를 거듭한 그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하루 빨리 핵심역량이 뒷받침되는 수익모델을 갖춰 그의 긴 방랑이 끝나기를 기대한다.

 위에 든 사례들과는 별개로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보람있던 일을 꼽자면 벤처산업을 구성하는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인큐베이팅이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IT분야 민간인큐베이터들의 모임인 KITIA가 결성됐고, 정통부 지원으로 인큐베이션 전문펀드도 처음 만들어졌다. 이를 계기로 공공부문과 민간 인큐베이터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웃나라 중국·일본·인도 등과 인큐베이팅 분야 국제협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날마다 진보하고 있다.

 웅크린 목을 파고드는 찬 바람이 여간 매섭지 않지만 겨울 나무 밑에 서보면 가지마다 아기 엄지만한 움이 트고 있다. 동장군의 위세에도 나무들은 새 봄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우리의 ‘벤처만들기’는 어둡고 긴 겨울 동안에도 쉼없이 이어질 것이다.

 

 

 ‘송낙경의 벤처만들기’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줄곧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