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고, 그 대미는 여성과학기술인력 채용목표제의 도입이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고도의 다양성·전문성·창의성을 보유한 우수 과학기술인재의 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와 관련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동안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 등으로 활용이 저조하던 여성을 적극적으로 육성·활용해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급 여성 과학기술인력은 양성에 비해 활용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공계 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연구개발인력 16만명 중 여성 비율은 10.2%에 불과하다. 특히 21개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기관의 전체 연구원 5340명 중 여성은 366명(6.9%)에 불과하고 상위직급일수록 여성 비율은 더욱 저조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오히려 여성 연구원 채용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전국 161개 4년제 이공계 및 공학계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각각 19.2%와 12.7%에 그치고 있으며, 여교수 비율도 각각 5.3%와 1.5%로 역할 모델 및 대표성이 미약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7월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21세기는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기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과 어깨를 같이하고 과학계에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고 “당분간 의도적으로 여성들의 과학계 진출에 혜택을 줘야 한다”며 여성 과기인의 활용을 지시했다.
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 및 국공립 이공계 대학이 매년 신규로 채용하는 연구원 및 교수 중 여성을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는 ‘여성과학기술인력채용목표제’를 추진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 출연연 및 국공립 이공계 대학은 2003년까지 신규인력 채용시 10%, 2006년까지 15%, 2010년까지 20%를 여성 과학기술인력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 같은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9월 25개 과기계 출연연 기관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각 기관의 인사규정을 고쳐 내년부터 여성 과학기술인력을 의무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국공립 이공계 대학도 채용목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과기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서로 협조해 세부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채용목표 달성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 도입을 적극 권장·유도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정부는 또 여성 과학기술인력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가칭 ‘과학기술남녀평등법’을 제정한다. 과학기술남녀평등법에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국가의 의무사항 △여성과학기술인력채용목표제 도입에 관한 사항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양성 및 사기 진작을 위한 프로그램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하게 된다.
이밖에도 국책연구과제 선정시 여성과학기술인력에 대해 인센티브 부여를 추진하며 여성 과학자 DB 및 성인지적통계를 구축,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IT·BT·NT 등 신기술 창출과 기술 융합화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섬세함·유연성·풍부한 감성 등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과학기술계가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4%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는 오명을 씻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