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직원식당에 반바지 차림으로 식판을 들고 어슬렁거리는 CEO의 모습을 보는 것은 시스코시스템스에서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존 체임버스는 한달에 한번 직원들의 단체 생일파티에 운동화를 신고 나와 온 방안을 뛰어다니며 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진지한 답변을 건넨다.
거대한 공룡의 몸집에 여전히 벤처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 시스코시스템스가 자랑하는 성공철학은 속도의 미학이다.
시스코시스템스는 네트워킹 시장을 주도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역동적인 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작은 벤처로 출발한 이 회사가 오늘날 인터넷네트워킹 시장의 리더이자 MS, 인텔 등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세계 톱브랜드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선 것은 회사의 성장기에 도전정신이 왕성한 전문경영자를 최고경영자로 앉혀 초고속경영을 해 온 데 있다.
존 체임버스 회장의 초고속경영은 그간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존 체임버스 회장이 지난 94년 11월 시스코시스템스의 CEO가 된 후 지난 2000년까지 시스코는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90년 주식을 공개할 당시에 6900만달러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 98년부터 100억달러를 돌파, 8년이라는 최단기간에 150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줬다. 2000년에는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내 1위 기업으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빠른 시장요구 파악, 빠른 경영전략, 그리고 군살없는 철저한 이익 중심의 결과추구와 극단적일 정도로 고객을 지향하는 기업경영이 오늘날 시스코를 세계 톱브랜드 자리에 앉게 했다. 벤처기업을 일으킬 당시에 세운 경영틀이 큰 조직이 된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회사운영의 기본 토대가 되고 있다.
시스코가 내세우는 또 한가지 톱브랜드 전략은 인터넷형 경영이다. 시스코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형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직급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스톡옵션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은 물론 웹과 같은 분산형 분권형 조직구조를 통해 팀 단위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또 10년간 204억달러를 투자,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온 50여 기업을 사들임으로써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기술과 제품을 가장 단기간에 경쟁사보다 앞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왔다.
전문가들은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영방식이 인터넷 및 인트라넷 구조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조직은 웹과 같은 분산형·분권형이며 자기증식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CCO(Cisco Connection Online)라 불리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시스템이 오늘날의 시스코시스템스를 만들었다. 시스코는 전자상거래를 초창기부터 도입했으며 매출 중 8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부품구매도 75%가 인터넷을 이용해 이루어진다. 매월 접속건수는 평균 150만건이며 시스코시스템스의 고객, 사원, 주주, 파트너, 협력업자는 CCO에서 주문용 프로그램을 클릭하기만 하면 적절한 제품과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주문은 계약 공장에서 즉시 출력, 시스코시스템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출하된다. 인터넷거래가 물류비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순익마진은 60%에 달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구매구조. 존 체임버스가 늘상 강조하는 진리는 바로 속도와 타이밍의 마케팅이다.
“너무 늦게 시장에 나오면 뒤처지게 되고, 너무 일찍 나오면 비교할 만한 제품이 없다.”
△존 챔버스 누구인가
“덩치가 크다고 해서 작은 기업을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느린 기업을 언제나 이긴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최고사령탑인 CEO 존 체임버스가 고집하는 ‘빠른 기업 이론’은 이 회사를 세계 최고 인터넷네트워킹 업체로 성장시켜 온 견인차다.
존 체임버스는 94년말 CEO로 취임해 그간 공격적인 경영으로 고속성장을 주도했다. 체임버스는 인터넷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인터넷부문에 전력투구해 시스코시스템스를 9년 만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로 키워냈다.
존 체임버스는 시스코에서 인터넷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고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존 체임버스가 ‘인터넷 전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린 것은 이 때부터다. 그는 “우리는 현재 제2의 산업혁명을 겪고 있다”며 “인터넷이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가고 있다”고 말한다.
존 체임버스는 고객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사후서비스에 충실하라고 당부한다. 빠르고 효과적인 서비스에 대한 그의 철학은 CEO가 된 이후에는 시스코를 최단기간에 초고속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빠르고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모티브가 됐다.
△시스코시스템스 성장사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는 84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일하던 레너드 보사크와 샌디 러너 부부 등 5명의 주도아래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창업 멤버들이 개발한 라우터(데이터 중계기)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했으며 그 후 실리콘밸리의 명문 벤처캐피털로 알려진 돈 밸런타인이 자금을 지원하면서 임원으로 가담했다. 밸런타인은 88년에 존 모그리지를 CEO로 고용했다.
지난 94년 존 체임버스가 시스코의 CEO로 취임한 이래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려왔으며 2000년 미국 내 시가총액 1위에 랭크됐다. 시스코시스템스는 라우터 등 인터넷 네트워킹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이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