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핀란드는 숲 반 호수 반인 유럽 변방의 작은 나라지만 노키아와 리눅스라는 정보기술(IT)의 두 기린아를 품어낸 품넓은 깜냥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IT 발육 환경을 몇가지 수치로 따져보면 2000년 7월 현재 이동전화 보급률 70%에 인터넷 이용인구는 전체의 60%(99년 현재), 가정의 컴퓨터 보급률은 45%, IT시장규모 매년 10% 이상 성장 등으로 이어진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특별한 경쟁력 없이 그저그런 나라’중 하나였던 핀란드가 IT 세계 강소국의 하나, 산타클로스 대신 IT 아이콘 중 하나인 노키아와 리눅스의 고향으로 꼽히게 됐다.
가장 뜨거운 두개의 영역인 정보통신과 컴퓨터 운용체제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
20년에 못미치는 기간에 이뤄낸 핀란드의 성공에는 기술과 지식을 중시하는 분업·협조체제, 기업을 키워낼 수 있는 투명한 공공제도, IT환경에 걸맞은 교육제도가 밑거름이 됐다.
핀란드의 정보화 전략이 수립된 것은 94년.
96년 재무부가 국가정보화 전략을 발표하고 97년 핀란드 국립연구개발기금(SITRA)이 주도하면서 IT 청사진은 제모습을 찾아갔다.
정보화자문위원회(Information Advisory Board)가 중심축에 선 핀란드 IT 정책에서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공공부문·개인·기업 3자간의 긴밀한 협조로 IT사회 구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정부는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시티즌스 서비스(citizens services), 납세청구시스템, 전자주민카드 사업 등을 도입했다.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정보의 원칙적인 공개 방침인 공공정보 공개법(ACt On the Openness of Government Activities)를 발효했다. 2000년부터 3년간 1000억원을 소프트웨어 부분 성장에 투자하는 스핀(Software Product Industry)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컴퓨터 보안,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뉴미디어 기술 개발을 위한 산업 인프라 구축과 전문서비스 제공, 마케팅 지원, 네트워킹 구축 등이 제공된다.
기업과 대학은 지식을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건설된 과학도시(테크노폴리스)는 기술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제적인 기업 탄생의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다. 공공부문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투명한 법과 제도를 서비스한다.
교육도 핀란드 IT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 핀란드 교육부는 정보사회에서의 교육 훈련 및 연구에 대한 국가전략을 수립, 산학 협력체제를 바탕으로 평생교육을 실시한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원, IT기술 고도화에 따른 각종 재교육 프로그램, 도서관 서비스 향상, 개방형·원격교육 등 다양한 교육 솔루션이 제공된다.
세계경제포럼(WEF)과 하버드대학 국제개발센터가 내놓은 2001년 국제경쟁력 보고서는 ‘5년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로 핀란드를 1순위로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기술과 지식을 장려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구조, 정직하고 공평한 공공구조면에서 핀란드를 높게 평가했다.
핀란드의 성공은 노키아의 성공으로 대표되지만 노키아의 성공이 핀란드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별볼일 없는 목재펄프 공장 노키아가 세계 이동전화기 시장의 35%를 점령한 원동력이 요르마 올릴라 회장의 과감한 경영이었다면 별볼일 없는 핀란드를 IT강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은 지식과 정보를 살리는 네트워크와 투명한 공공부문, 고급두뇌를 양성하는 교육제도에 있다.
◆싱가포르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정보의 섬.’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수년간 부동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힘은 탄탄한 인프라에서 나온다는 평가다.
국가경쟁력에서 ‘만국(萬國)지상, 일국(一國)지하’인 싱가포르는 IT를 중심으로 한 21세기 국가비전을 세우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만은 단 하나의 경쟁상대인 미국보다 빨랐다.
싱가포르는 장기 IT 청사진인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를 81년 마련하고 3단계의 점진적인 초석닦기에 공력을 들였다. 85년까지의 NCP(National Computerisation Programme)과 90년까지의 국가 정보기술 기획(National Information Technology Plan), 92년부터의 IT2000 마스터 플랜으로 이어졌다.
92년 정보국가화 마스터플랜인 IT2000을 세우고 싱가포르 원 프로젝트라는 실천 계획을 설립한 싱가포르는 이미 99%의 가정, 기업, 학교에서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다져 놓았다.
21세기 싱가포르를 IT 기술이 가정과 기업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삶의 질을 최대한도로 높여놓은 정보의 섬으로 격상시킨다는 IT2000 마스터플랜은, 네트워크 인프라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놓고 이에 따른 응용기기와 서비스의 발전을 불러와 싱가포르 도시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꾼 싱가포르 원 사업으로 구체화됐다.
IT2000과 싱가포르 원 프로젝트는 싱가포르의 IT 산업 인프라를 단단히 하고 향후 10년을 목표로 하는 IT청사진, ICT21 마스터플랜을 다음 목적지로 하는 싱가포르호의 항해를 순탄히 하는 매개체가 됐다.
싱가포르의 IT 경쟁력을 이끈 또하나의 축인 싱가포르 경쟁력 위원회(CSC)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성장의 두축으로 하는 IT 청사진을 그려냈다. CSC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축으로 적극적인 지식의 유입과 육성, 지식네트워크의 연계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확고한 고촉통 총리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주롱 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6000여개의 다국적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시험장으로 싱가포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택시 예약 및 정보제공 서비스, 인터넷 세금 납부 등이 400만명의 작은 인구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프라를 갖춘 정보의 섬’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물론 전세계 정보통신 허브로, 최고의 e커머스 국가로 성장하려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싱가포르는 최근 21세기 국가 정보화 전략인 인포콤 테크놀로지21(ICT21: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21)을 구상했다. 정보통신업계, 학계를 망라한 싱가포르의 핵심 브레인들이 만든 이 전략은 2005년까지 싱가포르를 세계 정보통신의 수도이자 최고의 e커머스 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국제 물류거점으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SCM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IT 수도로 거듭나기 위한 인프라를 발빠르게 다지고 있는 것. 탄탄한 인프라를 자랑하는 세계 경쟁력 2위 싱가포르는 우리의 지척에서 세계 IT의 중심이 되기 위한 빠른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