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대표 변대규)는 지난해 놀라운 수출고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벤처기업의 표상으로 우뚝 솟았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경기회복만을 기원하고 있을 때 휴맥스는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유럽지역에서 휴맥스의 위성방송수신기는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이다. 올해도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뉴 밀레니엄은 디지털 가전의 시대입니다. 셋톱박스는 디지털 가전산업에 있어서는 기반 장비의 성격을 띠고 있지요. 방송 및 디지털 산업의 성장세와 그 궤적을 같이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안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것입니다. 휴맥스는 일찍이 이러한 경향에 눈을 뜨고 남보다 한발 앞서 준비한 결과 지금의 수혜를 입고 있을 따름입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변대규 사장에게선 다른 벤처 사장들과 다른 느긋함마저 엿보인다.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는 “새로운 산업의 태동은 새로운 브랜드의 탄생을 함께 예고한다”며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불리는 셋톱박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지금은 셋톱박스가 소비자들에게 가전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지만 앞으로 수년내에 TV처럼 가전제품화할 것이고 이 때에 셋톱박스 분야에서도 브랜드가 구매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올해 휴맥스는 디지털 셋톱박스에 특화된 전문업체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셋톱박스 분야의 세계적인 톱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떼는 한 해가 될 겁니다.”
하지만 필립스·노키아·RCA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버티고 선 세계 셋톱박스 시장에서 휴맥스가 일류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변 사장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브랜드 제품군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난해 성공적으로 진입한 대형 방송사 시장에 대한 제품 공급을 완수해나갈 계획이다. 또 위성뿐만 아니라 케이블과 지상파의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는 신규 제품 개발에도 힘쓴다는 것이다.
이밖에 정확한 시장 판단, 도전적 의사 결정, 개발 기간의 단축, 품질과 원가면에서 최적 경쟁력을 갖춘 생산 시스템, 고객과 시장에 더 깊숙이 뿌리내리는 유통 및 AS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휴맥스는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람과 돈 그리고 정보라고 하는 기업의 유한한 자원들은 합리적 목표 및 보상 시스템과 결합돼야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2002년 휴맥스는 그 동안 추진해 오던 경영시스템의 완성과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이를 장기적 성장력의 견인차로 삼아갈 것입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