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은 이제 빠졌다.’
‘다시 도약할 일만 남았다. 이제부터 2000년 새해는 우리가 책임진다.’
‘닷컴붐’으로 대별되는 인터넷 열풍 속에서 거침없이 성장을 거듭해오다 ‘거품’이란 역풍에 밀려 지난 한해 동안 사상 초유의 시련과 고난을 겪었던 인터넷 벤처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겐 2002년 새해를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아직도 ‘인터넷 비즈니스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회의론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거품은 더 빠져야 한다’라는 시기상조론을 잠재우고 ‘e비즈니스만이 우리 경제의 대안’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재도약의 날개를 펼쳐 보여야 할 중요한 한해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벤처 CEO들의 발걸음은 새해 벽두부터 힘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으로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CEO들은 ‘어떻게 해야 인터넷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해야 등 돌린 투자가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어떻게하면 인터넷이 우리 경제의 희망인지’에 대한 해답은 어느정도 알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지난 1년간 힘겨운 과정을 견뎌내면서 벤처 CEO들은 반대급부로 재도약의 실마리를 찾은 탓이다. 물론 그러기까지 엄청난 ‘수업료’를 내야했고 쓰라린 경험을 감내해야 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죽음의 계곡’으로 비견될 만큼 험난했던 2001년의 긴 수렁을 헤쳐나온 젊은 CEO들에겐 2002년 새해는 ‘다시 뛰는’ 한해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어느정도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가물가물했던 긴 불황의 터널 끝에 조그마한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희망에 찬 2002년 임오년을 맞은 인터넷벤처 CEO들의 최고 키워드는 단연 ‘수익창출’이다. 업계는 이미 지난해 시련을 겪으면서 수익창출을 통해 ‘홀로서기’하지 않으면 더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했다. 지난해 초부터 업계 최고 화두로 떠오른 ‘유료화’를 통한 수익구조 정착은 올해도 벤처 CEO들의 지상명제다.
유료화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이에 대한 기대는 어느때보다 크다. 탄탄한 수익기반을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와 성인물 등 성인시장을 제외하고도 인터넷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잇따르고 잇는 것이다. 수익창출이 힘들 것으로 보였던 ‘세이클럽’ ‘프리챌’ 등 커뮤니티 포털의 성공으로 인터넷기업의 유료서비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2002년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넘버1 포털의 명성에 걸맞게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여 더욱 탄탄한 매출 증대,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질높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편의성 높은 서비스를 전개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정기간 초기 인프라 구축과 일정 수준 이상의 회원 확보가 끝나면 이익이 급증하는 이른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될 시점이 됐다는 것도 인터넷벤처 CEO들이 수익창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이들은 또 성공적인 유료 서비스를 위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끌어올리는데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양적인 승부에서 질적인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벤처 CEO들이 새해를 맞아 의욕적으로 추진할 전략중 하나는 해외진출 가속화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받는 만큼 인터넷업계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다. 특히 중국,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인터넷 사각지대로 평가받는 신흥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어 글로벌 전략은 올해 인터넷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13억 인구의 거대 대륙 중국은 인터넷벤처 CEO들이 새해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시장이다. 중국은 WTO 가입과 인터넷 등 신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올해 벤처 해외진출은 물론 재도약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포털·상거래·솔루션·보안·모바일 등 인터넷업계 주요 CEO들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행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해진 NHN 사장은 “2002년은 해외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해로 만들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네이버재팬과 한게임재팬 사이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현지 일본 사이트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고 말한다. NHN은 미국과 중국도 솔루션 판매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방향으로 해외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인터넷벤처 CEO들의 해외진출 구상은 거의 예외가 없다. 이들은 특히 온라인으로 세계를 연결, 강력한 e비즈니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해외 마케터 출신의 CEO 영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라이코스코리아 등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한 해외진출을 더욱 밀도높게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도 주요 인터넷 CEO들의 새해 들어 머릿속에서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건전한 사용자 문화 조성이 없이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인터넷 벤처 CEO들은 관련 기관 및 단체와 공동으로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개선하기 위해 발빠른 구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시민단체들과 언론들까지도 합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02년 새해를 맞는 인터넷 CEO들의 머릿속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으로 더욱 복잡하다. 사실 지난 2000년까지만해도 인터넷은 신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답보상태에 빠진 우리 경제의 희망이자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가장 확실한 비전으로 간주돼 왔지만 지난해 심한 구구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젠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 경제시스템이 한 단계 더 발전을 하고 21세기 초반 안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지식정보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특히 분야를 대표할 만한 주요 선발 인터넷기업 CEO들은 인터넷에서 멀어져간 모든 사람들을 다시 인터넷쪽으로 발 돌릴 수 있도록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할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리끈을 졸라매고 ‘다시 뛰는’ 인터넷 CEO들의 새해 벽두는 그래서 더욱 힘차면서도 무겁게 느껴진다. 인터넷 CEO들은 “지난해가 고난과 역경의 한해였다면 올 2002년은 다시 인터넷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을 실현하는 의미있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인터넷기업 CEO들이 근시안적인 경쟁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함께 손을 맞잡고 뛰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