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김대중 대통령은 영국경제인연합회(CBI)가 초청한 한 간담회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인 외국인 투자 비율을 3년안에 20%대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을 세계에서 투자여건이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국가 최고책임자의 이같은 의지는 이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과제라는 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외국인의 대 한국 투자 환경은 대폭 개선된다. 외국인투자지역 인프라시설 지원요건이 10만평 이상에서 5만평 이상으로 완화되고 지자체에 대한 국고지원비율 상향요건도 1억달러 이상 투자유치에서 3000만달러 이상 투자유치로 줄어든다. 또 고용보조금과 외국인학교 설립비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외국인투자기업의 애로사항 접수와 처리를 외국인투자지원센터(KISC) 종합행정지원실에 맡기고 외국인투자위원회 심의사항의 일부를 실무위원회로 위임해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정책은 그 시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산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62∼79년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국내산업지배에 대한 우려로 직접투자보다는 상업차관 및 IBRD 등의 공공차관 도입에 역점을 뒀다. 80년대 초반 제2차 석유파동 및 개도국의 채무불이행선언 등으로 차관중심의 외자도입이 한계에 직면한 80년부터는 외국인투자유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힘썼으며 90년부터 외환위기 직전인 97년까지는 WTO체제 출범과 OECD 가입 등 변화된 국제경제환경에 대응해 외국인투자 유치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국인 투자유치가 경제난 극복의 지름길이란 인식아래 강력한 유치정책을 추진, 외국인투자유치 제도에서 규제·관리 요소는 사라지고 촉진·지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재미있는 사이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가상기업)와 한국에 진출한 소니(가상기업) 중 어느 기업이 한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두 기업의 내국인·외국인의 지분을 50대50으로 가정)’
결과는 삼성전자(43%), 소니(52%), 마찬가지(5%)로 나타나 우리 국민들은 한국에 있는 외국기업이 국내경제에 더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제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외국인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업에 있어 국적의 중요성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나와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기업은 우리 기업이고 우리 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면 외국기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외국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밝힌 이같은 발언은 글로벌사회에 대비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사고 변화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