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먹고 사는 것을 고민해야 했던 70년대 초. 정부는 어렵게 붙인 우리 경제의 미약한 불씨를 살리기 위해 마산에 국내 최초의 수출자유지역을 조성했다. 73년 완공된 마산수출자유지역은 외국 굴지의 기업들을 우리나라로 끌어들이면서 우리 경제의 작은 불씨를 장작불로 바꾸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현재 640개 기업체에 3만2000여 근로자들이 연간 3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이 지역은 수출과 고용은 물론 국내 기술수준 제고의 공신이기도 하다.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를 외국인의 국내산업 지배력 확대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지분구조상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이같은 인식은 서서히 바뀌었다. 특히 이제는 산업지배력에 대한 걱정은 거의 불식되고 오히려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외국기업이 중국쪽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할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
한국외국기업협회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겪었던 97년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이 이어지면서 주한 외국기업(지분 10% 이상)의 수는 98년 4746개사에서 2001년 6월 현재 1만702개사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는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는 기업이 170개사에 이른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를 굳힌 IT분야에서의 외자기업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10개 미만의 주요 외국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키아TMC·한국소니전자·한국HP·모토로라코리아·한국IBM·컴팩코리아 등 IT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IT기업의 수출실적은 우리나라 무역흑자을 떠받치면서 한국의 성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2001년 무역의 날 행사에서 노키아TMC는 24억5488만3000달러를 수출한 공로로 이재욱 사장이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한국소니전자 전재철 사장도 10억2960만9000달러 수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외국인의 대 한국 투자는 지난해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다소 주춤했으나 95년 19억4700만달러에서 2000년 156억9700만달러로 매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 건수도 95년 873건에서 2000년 4141건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WTO 가입 여파로 올해 외국인 투자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첨단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될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진출은 외국기업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외국기업인의 날’을 제정하면서 한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는 외국기업의 이러한 약진이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그들이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쏟아 부을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써야 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