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켈’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한국 오디오 역사의 산 증인인 이트로닉스가 올해 그간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딛고 비상의 날개짓을 한다. 지난해 3000억원이던 매출을 올해 4000억원으로 올려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 법정관리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남기호 사장(61)은 한국은행에서 30년 가까이 재임하다 이트로닉스가 경영여건 악화로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99년 12월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한 케이스. 그러나 소극적 경영에 머물기 쉬운 전문경영인답지 않게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올해로 법정관리 3년차에 접어듭니다. 이제는 적자폭도 100억원대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방만하던 사업도 많이 정리돼 모든 면에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트로닉스는 실제로 지난해 CDMA 중계기로 1500만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을 정도고 올해도 이 분야에서만 3000만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대하고 있을 만큼 통신 분야 매출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통신과 오디오로 분리돼 있던 연구소를 하나로 합쳐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통신과 오디오를 결합한 차세대 퓨전형 제품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홈시어터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이 분야 제품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홈시어터는 오디오 기술과 비디오 기술의 총화죠. 이트로닉스는 오디오 전문업체로 앰프 기술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제 비디오 기술이 문제인데 이는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생각입니다.”
남 사장이 홈시어터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그동안 오디오시장은 하향세를 면치 못했고 사양산업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홈시어터 시스템의 급부상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DVD 등에서 채용하고 있는 돌비디지털과 DTS 등의 입체음향 기술은 정교한 앰프기술의 바탕없이는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홈시어터 시장의 부상은 이트로닉스가 다시 한번 가전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이트로닉스의 전신인 해태전자는 오디오업계의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오디오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인켈의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홈시어터 시장에서 외산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외산의 비중은 4%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비중이 점차 높아져 지난해의 경우 30%대에 육박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 오디오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OEM에 치중하는 동안 안방시장은 외산이 잠식해 들어온 셈이다.
한편 이트로닉스는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을 위해 중국(선전)에서의 생산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천안의 오디오 공장과 화성의 통신 공장은 비교우위에 있는 고부가 제품을 집중 생산토록 하고 중국공장에서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대량생산에 치중한다는 것. 중국시장의 성장세에 발맞춰 현지 마케팅에도 나설 계획으로 지난해 말 중국 전문가를 10여명 이상 신규 채용했다.
“한국의 소리를 대표하는 인켈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셔우드로, 한국에서는 인켈로 브랜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