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3:새해 청사진-외국기업편>산전부문-TI코리아

‘차별화와 전문화’.

 TI코리아(대표 손영석)가 올해 한국시장을 향해 내세운 경영 전략이다. 지난해 TI코리아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같은 전략은 절반 이상 달성했다.

 전체 반도체시장은 물론 TI 본사까지 전년대비 30% 이상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TI코리아는 5800억원의 매출을 달성, 8%의 소폭 하락세에 그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지난해 주요 고객인 노키아 한국공장의 GSM단말기가 수출급증세를 보이면서 DSP 판매가 덩달아 늘어났고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에 공급한 LCD구동IC(LDI)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또 지난해 2월 개설한 ‘DSP센터’가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그동안 장단기 교육과정을 수료한 국내 기술인력만도 500명이 넘는 등 안팎으로 호제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D램처럼 PC시장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급성장하는 이동통신과 디지털 멀티미디어에 집중한 것이 지난해의 성과 요인이었다”는 손영석 사장의 말처럼 ‘핵심제품(sweet spot)’군으로 전체 회사 방향과 라인업, 조직을 재정비한 덕도 봤다.

 물론 성과의 이면엔 뼈를 깎는 아픔도 상당히 감수해야 했다. 마이크론에 거져주다시피 넘긴 D램사업도 그랬고 알짜 수익이었던 방산사업도 포기했다.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TI코리아는 ‘디지털신호처리기(DSP)와 아날로그’라는 양대 제품군으로 한국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첨단 기술의 이전은 물론 협력업체와의 공동 기술 제휴에 많은 힘을 쏟았다. 센서제어부품·자동차부품 등을 생산중인 진천공장을 세운 것도,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통해 아남반도체를 동반자로 선택한 것도 현지화의 한 과정이었다.

 올해는 그동안 미뤄뒀던 신개념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내수·수출을 강화해 10∼15%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투스·무선랜(802.11g)·음성케이블·VoIP·DVR·디지털TV 관련 통합칩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DMD(Digital Mirror Device)·TMA(Thin-film Micromirror Array-actuated) 등을 적용한 신개념의 평면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국내 업체들과 개발, 동계CES에서부터 바람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늘리기 위해 현재 운영중인 ‘DSP연구소’의 조직을 강화하고 연구원에 대한 교육지원, 연구개발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DSP기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학지원프로그램은 산학연계 차원에서 지속하고 DSP센터는 일반 과정과 전문 과정으로 세분화해 경쟁력 있는 실무인력 양성에 힘을 쏟는 한편 학생할인, 고용보험 환급 등의 고객편의성도 제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광대역 통신 △디지털TV 분야로의 차별화와 전문화를 완성하고 한국고객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선두업체로서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다국적기업도 한국기업”이라는 손 사장은 “한국업체들이 신기술 흡수도 빠르고 기술력도 앞선 만큼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