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계측기시장의 거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가장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끝모르고 치솟던 정보통신산업의 침체 여파로 기업체의 연구설비투자가 급감해 미국, 유럽, 아시아의 계측기시장이 유례없는 불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대표 윤승기)도 핵심사업인 계측기의 국내판매가 기종별로 20∼40% 줄었다.
통신전자산업의 어려움을 최일선에서 겪은 애질런트는 지난해말 이후 잇따라 날아드는 경기회복신호를 기초로 월드컵 이후 대기업, 벤처기업의 첨단 계측기수요가 다시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 통신용 계측기의 주수요처인 휴대폰시장의 경우 국내수요는 이미 선진국 수준의 성숙단계에 도달해 신규투자가 위축돼 있다. 반면 제3세대 이동통신에서 많은 신규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돼 향후 성장에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반기 이후 국내외 통신 및 전자기업들은 전반적 실적호조를 기반으로 설비투자를 재개할 것이며 그에 따른 계측기 산업경기도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애질런트는 이처럼 기력을 되찾는 계측기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업계 유일의 고객콜센터 운영을 강화하고 영업엔니지어들의 첨단기술교육도 늘려 경쟁력 우위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선통신분야의 경우 1xEVDO나 WCDMA 등 시장이 원하는 첨단계측기의 개량형 모델을 계속 출시해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기술리더십을 공고히한다는 방침이다.
애질런트의 사령탑을 맡은 윤 사장은 지난해를 가리켜 계측기업계 선두기업으로 자존심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매우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던 시간이라고 술회한다.
“회사의 비용절감을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모든 직원과 어려움을 함께 나눠야 했다”고 말하는 윤 사장은 특히 자발적인 임금삭감에 동참해준 회사직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감원하지 않았다.
애질런트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 2000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맞추고 경영전략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올해 월드컵특수만 제대로 일어난다면 대기업연구소, 벤처기업에서 계측기 교체수요가 쏟아져나와 목표달성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윤 사장은 계측기기의 판매추이가 관련산업의 경기선행지수기 때문에 새해 매출목표 달성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애질런트가 성장하면 그 해 국내 전자산업도 같이 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해엔 국내고객이 원하는 계측기기와 관련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하는 데 회사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