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프론티어십을 살리자>한국형 IT 성공모델로 세계시장을 점령한다

 PC방, CDMA 이동통신, 김치냉장고, MP3플레이어, 버스충전카드시스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한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거나 그럴 가능성을 보이는 전자·IT산업의 모델’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의 실례를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단순히 한국에서의 성공사례만으로 한국 IT산업 모델의 세계화 성공 가능성을 단언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적인 것’, 한국인 고유의 사고와 정서에서 창출된 IT산업모델은 많은 성공사례와 함께 세계화의 가능성을 함께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가 만든 IT제품 중에는 한국인의 손재주와 세계 시장의 요구가 결합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들도 적지 않다.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 성공한 CDMA통신용 이동통신단말기 및 장비 제조업체들은 미국·남미·이스라엘·호주·중국에 이어 올해 인도 시장을 넘보고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시작한 무선통신서비스 모델이 곳곳에서 이익을 창출하며 확산일로에 있다.

 MP3플레이어 같은 품목 역시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수출에서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게다가 기기에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려는 업계의 기술 추세에 따라 이 품목은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메디슨의 초음파진단기는 이미 세계적인 의료기기로 정평을 받은 지 오래다. 최근 가전업계에 실로 오랜만에 판매의 즐거움을 안겨준 김치냉장고도 김치문화 확산에 따른 세계적 상품화 가능성을 예비하는 품목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이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벽걸이TV·이동통신단말기는 등은 더 말할 것 없는 한국의 대표상품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잘 발달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감안할 때 이런 단품만 가지고 세계적 IT산업모델로 가꿔가야 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개별제품의 양산을 통한 승부, 그리고 20년 가까이 노하우를 쌓아온 IT 인프라 구축·활용 경험을 통해 세계적 IT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된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활용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초고속정보통신망과 CDMA 이동통신망에 의한 다양한 유무선인터넷서비스의 경험은 전세계가 활용하고 싶은 벤치마크 대상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 운용 경험과 그 과정에 적용된 솔루션 개발 경험은 세계적 IT산업모델의 비옥한 토양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미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등장한 ‘PC방’이라는 우리 고유의 인터넷 통신 인프라는 세계를 놀라게 하며 일본·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멀리 미국에까지 퍼졌다. 우리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대만·홍콩·중국·일본·미국 등지로 진출해 달러박스로 등장했다.

 올해부터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초의 전국적인 무선근거리통신망(LAN)에 대한 본격적인 구축에 들어간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KT·하나로통신 등이 전국 주요 유동인구밀집지역에 대해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 초고속정보통신서비스 강국의 토대를 굳히게 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4세대 이동통신 표준 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모델을 세계 IT산업모델에 적용할 때에 대비한 훌륭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마침 시기도 좋다. 월드컵과 남북한 경제교류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만큼 세계에 우리의 인프라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수준을 알릴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위성방송 및 초고속통신망 등의 IT 인프라에 실린 콘텐츠를 세계에서 검증받음으로써 우리의 IT모델을 과시하게 될 것이다. 또 HW·SW·콘텐츠 수출 시장의 개척과 확대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 가진 자원과 기회를 주변환경과 연계해 우리의 IT모델을 복합적으로 엮어내고, 세계적 IT모델로 승화시키는 데 눈떠야 한다. 이와 함께 상대국의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우리 문화와의 조화를 통해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 될 수 있는 유무형의 제품을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스로의 강점을 못본 탓에 통신과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과 제휴해 세계적 IT모델을 만드는 노력에 무관심했다.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도 한 원인이다. 퀄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의 인프라를 활용한 통신모델 만들기와 실험을 제의해올 때까지 기다려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도 좋다. 그 자체로 명품의 인정을 받는 많은 전자·IT 관련기기 단말기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과의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또 인프라가 결합된 종합IT모델을 바탕으로 일류기업과의 제휴한 세계화 가능성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불굴의 정신력과 자신감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적 IT모델을 만들어낸 창조적 기업을 많이 보아왔다. M&A 위기를 몇 차례나 넘긴 AOL은 역경을 딛고 온라인 커뮤니티 분야의 노하우 등을 살리며 생존에 성공했다. 이어 전세계 인터넷서비스회사의 모델을 만들며 급속하게 시장을 창출해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이동통신에 인터넷접속서비스인 i모드를 접합시키는 독창성으로 자국은 물론 유럽에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동통신에 다양한 콘텐츠서비스의 확대는 세심한 일본 특유의 국민성을 살려낸 가장 일본다운 서비스모델로 성공한 사례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에게서도 우리는 가장 미국적인 특성을 살려 가꿔낸 모델을 읽을 수 있다. 아마존의 성공모델은 광대한 면적을 가진 미국이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모델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기업도 스스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세계적 IT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인프라가 만들어진 다음엔 우수한 능력을 가진 국내외 IT산업계의 성공한 기업인 모델을 더많이 배출하도록 해야 한다. 각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전세계 IT산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국내 기업의 세계화도 훨씬 앞당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앰벡스의 이종문씨, 텔레비디오의 황규빈씨, 유리텔레콤의 김종훈씨, 그리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 같은 성공기업인들의 수가 앞으로 훨씬 많아져야 한다.

 여기서 또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의 이해가 전제된 세계적 IT 비즈니스모델의 개발이다. 영국의 에몬 핑글턴도 그의 ‘제조업은 영원하다(In Praise of Hard Industry)’란 저서에서 제조업의 지속적 성장의 주요인 중 하나로 문화적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요지는 비즈니스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업이 점점 비싼 고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에서 저부가 선박제조는 후발국에게 맡기면서 인테리어 내장형 관광선 제조 등으로 고부가가치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가 제품에 녹아 있는 예는 지난 95년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내놓은 소니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게임기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 매력덩어리를 내놨다. 이후 소니는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이자 엔터테인먼트회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독자적 캐릭터를 이용하되 전세계 유적을 두루 섭렵해 이를 게임 배경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들의 기지는 단순히 한두 번의 시행착오로만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적 모델을 세계적 모델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에게 문화적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커다란 시사점을 제시한다.

 향후 우리가 내놔야 할 글로벌 IT모델도 다른 나라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여기에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와 문화를 녹여낸 형태가 돼야 한다.

 올해 한반도의 ‘한국IT주식회사’ 주주들은 세계화의 흐름을 타면서 세계적인 IT모델 창조의 중심에 우뚝 서야 한다. 물론 그 IT모델의 중심에는 ‘수익’이란 핵심요인이 오롯이 자리하도록 해야 한다.

 전세계 기업이 한국형 IT 비즈니스모델을 자신의 모델로 삼고 싶어 달려오도록 해야 한다. 그 모델이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모델이어야 함은 두 말할 것 없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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