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3:새해 청사진-외국기업편>IT업계 동향

 “앞만 보고 뛰어라.”

 요즘 외국계 기업에 내려진 특명이다. 얼마 전만 해도 외국계 기업이라면 국민 정서상 순익지표를 공개하는 것도 경영방침을 적극적으로 두는 것도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IMF 이후 이같은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상생의 논리가 전파된데다 외국계 기업도 우리기업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파급된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외국계 기업의 경우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물량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 업계에 널리 퍼지면서 오히려 수출기업으로 이미지가 많이 상승했다.

 또 다른 일부 기업은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IBM 등 일부 기업은 소량이긴 하지만 국산 소프트웨어를 자사의 하드웨어에 번들로 탑재하도록 하는 등 국내 기업의 파트너 역할을 할 정도다. 물론 일부 외국계 소프트웨어(SW)기업의 국내에서의 역할론에 대한 회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계 기업들의 올해 경기전망도는 비교적 ‘맑음’에 가깝다. 비록 많은 기업들이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은 내심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SW업체에 비해 성장세가 한층 둔화된 하드웨어(HW)업체들까지 공격적인 영업목표를 세웠을 정도다.

 우선 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 등 국내 주요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은 올해 지난해에 비해 4∼5% 가량 경기가 성장하는 본격적인 회복기로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10∼50% 가량 늘어난 매출목표를 설정했다.

 이같은 전략은 그동안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이 불황으로 인해 잔뜩 움츠러든 소극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스토리지를 포함해 재해복구솔루션 분야와 서비스·컨설팅 부문은 물론 금융·통신·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를 두고 있다.

 지난해 비교적 순탄한 성장세를 경험한 바 있는 한국IBM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스토리지·컨설팅·서비스·무선인터넷 등에 주력하고 더 나아가 e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스트럭처 제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해 비즈니스 성과가 좋은 메인프레임 사업의 경우 올해도 지난해의 기조를 유지하되 DBMS·미들웨어 등 SW솔루션 사업의 강화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윤곽을 잡고 있다. 신기술 관련 사업으로는 리눅스와 무선인터넷·퍼베이시브컴퓨팅·B2B마켓플레이스·음성인식·디지털콘텐츠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컴팩코리아와의 합병이 예정된 한국HP는 일단 상반기는 독자적으로 영업을 펼친다는 목표 아래 최고조의 영업실적을 올렸던 2000년 상반기 수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반기에는 특히 컴팩과의 합병문제가 마무리되는 만큼 영업 활성화가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는 금융·통신·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스토리지·서비스 부문과 재해복구솔루션 부문의 인터넷·백업 부문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의 매출확대에 나서 토털솔루션 회사로의 이미지 상승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컴팩코리아도 올해 시스템통합(SI)·스토리지·컨슈머 부문 사업을 주축으로 기존 사업부문의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HP와의 통합이란 대전제가 걸려있기는 하지만 지난해의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는 스토리지와 서비스·컨설팅·컨슈머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SI사업의 경우는 지난해 전년보다 3배 가량 큰폭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올해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올해 특히 상반기 영업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성장을 이룩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우선 메인프레임 고객을 개방형인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메인프레임 도입·유지보수 비용의 증가를 통해 메인프레임 시장의 20% 가량을 고성능 유닉스 서버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영업력 확대와 마케팅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후지쯔는 올 상반기부터는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하이엔드 서버의 경우 모델 판매를 통한 매출·순익 향상, 금융권의 다운사이징 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텔 서버의 경우는 대형 리셀러에 의한 판매를 강화하고 SI·컨설팅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SW의 경우는 패키지 SW 사업은 물론 WAS·EAI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토털솔루션 공급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한 한국유니시스는 올해 IT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컨설팅서비스에서부터 아웃소싱, IT 인프라 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자사의 컨설팅서비스·아웃소싱·네트워킹·서버·메인프레임 분야의 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회사는 금융솔루션·컨설팅서비스·수익관리시스템·고객관리시스템 등의 사업을 강화해 오는 2005년까지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솔루션컨설팅·서비스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장기목표도 수립했다.

 국방·영상·방송·제조분야에 주력하는 SGI코리아는 올해 고성능 컴퓨터 및 비주얼라이제이션 제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분야는 특히 고성능 그래픽 성능을 필요로하는 몰입형 가상현실 솔루션이나 고성능 시뮬레이션 솔루션, 슈퍼컴퓨팅 솔루션 등을 앞세워 자사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영상·엔터테인먼트·제조분야의 시장을 끌어안는 한편 국방·의료부문의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SW기업들이 표방하는 올해 경영목표는 ‘수익 위주의 고도성장’이라는 점에서 모두 공통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업모델을 만들어 현지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여기서 한단계 나아가 내외적으로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별 특화정책을 수립, 더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대형 SI회사는 물론이고 업종별 전문회사와도 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맺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의 독자적인 기업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본사와 논의중인 기업도 늘고 있다. 신속정확한 기술지원체계를 갖추고 효율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R&D센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폭적인 순익을 올려 유명세를 탄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오라클은 외국계 SW기업의 대명사로 이같은 분위기를 주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매출이 25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달렸다. 본사 매출로 잡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문까지 포함하면 6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닷넷 기반의 웹서비스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외적인 성장에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한국오라클도 전년 매출이 21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침체된 경기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과를 거둔 한국오라클은 ‘난공불락’이라는 메시지대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동안 불만의 대상이 됐던 고객서비스와 관련, 전체 고객사를 어카운트별로 분류해 전략고객, 직접관리고객, 파트너 관리고객으로 나눠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시스템을 체계화하기로 했다.

  SAP코리아도 올해 매출을 1300억원으로 설정하고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비롯, 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공급자관계관리(SRM)·제품일정관리(PLM) 등 솔루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타깃 시장도 다양화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 중공업, 정부 공공기관 등 각 기관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 SAP코리아의 기본 방침이다.

 이밖에 스토리지 관리 전문회사로 급부상하는 한국베리타스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지사 설립 3년째인 올해 한국베리타스의 목표치는 380억원이다.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 전문회사인 BEA시스템즈코리아도 올해 400억원을 목표로 설정,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국EMC·LG히다찌·한국스토리지텍 등 스토리지업계도 지난해보다 10∼50% 가량 높은 올해 매출목표를 수립,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EMC는 올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높은 매출목표를 설정했으며 LG히다찌는 지난해보다 43%, 한국스토리지텍은 60% 가량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