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머스 주도권` 이통사들이 쥔다

 ‘휴대폰으로 가능한 모든 서비스가 한장의 카드에 통합되고, 그 통제권은 이동통신사업자가 쥐게 된다.’

 원칩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이다. 내년 하반기 원칩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금융기관들은 지금의 무선인터넷 콘텐츠제공업체(CP) 정도로 전락한다. 굳히 적당한 표현을 찾자면 이통사들은 서비스 ‘플랫폼’ 제공주체로, 여타 제휴사는 서비스 제공업체로 위상을 찾게 된다. SIM카드가 없었던 CDMA 환경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향후 3세대 이동통신에서는 USIM카드가 기본규격. 원칩 서비스는 한국이 특히 앞섰다고 평가되는 이동통신 기술과 스마트카드 기술의 만남이 빚어낼 세계 최초의 상용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원칩의 의미=휴대폰에 내장된 한장의 칩카드로 다양한 생활·금융서비스를 탑재하거나 삭제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휴대폰 사용자 인증이나 로밍과 같은 SIM 기능은 기본이고 모바일뱅킹·m커머스·전자화폐·신용카드 등 금융 관련 서비스로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다. 특히 3개 이통사 가운데 KTF의 원칩 전략은 온오프라인 m커머스를 모두 지원하고 교통카드 기능까지 수용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KTF는 모바일 상거래는 물론 휴대폰으로 직접 교통카드 기능을 구현하고 실물 가맹점에서 대금결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원칩 전략의 이면에는 이통사의 금융서비스 진입을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도 있다. 당장은 m커머스 통신인프라 제공(지불결제) 수수료 정도에 그치겠지만 서비스 확장을 위해 금융기관의 고객정보 공유 등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은 휴대폰이 창출해 낼 신규 부가서비스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이동통신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현재 노키아가 통신(SIM)칩과 금융(EMV)칩을 동시 내장할 수 있는 ‘듀얼칩’ 단말기를 출시한 정도다. 유럽에서 아직 원칩 서비스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는 기술적 문제도 있지만 관련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 금융서비스의 독자성을 고집하는 유럽 금융기관들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핀란드대사관 김윤미 상무관은 “유럽지역의 m커머스 시장에서는 금융영역과 통신영역을 명확히 분리해 서비스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원칩으로 갈 경우 금융권이 고객정보를 이동통신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칩의 이점은 뚜렷하다. 무엇보다 기존 GSM 휴대폰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데다 칩 하나로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다. 비자코리아 김인창 차장은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듀얼칩이나 원칩 모두 장단점이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통사들의 주도권을 부인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풀어야 할 숙제는=그러나 국내 업계가 구상중인 원칩 서비스는 상용화에 앞서 쉽지 않은 숙제들이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기술표준화 문제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3세대 이동통신용 USIM카드 표준을 놓고 ‘ETSI’와 자바진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표준화기구인 글로벌오픈플랫폼(GOP)도 금융권과 통신권으로 나뉘어 있고, 현재 GSM SIM카드도 EMV 규격과는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카드연구소 김운 사장은 “금융카드와 통신카드는 기본적인 기술규격과 애플릿인터페이스(API)가 서로 구별된다”면서 “원칩 서비스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금융-통신을 상호 호환시킬 수 있는 기술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협조 없이는 국내 이통사의 원칩 서비스가 현실화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최근 금융결제원과 14개 시중은행은 이동통신업계의 공격적인 시장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금융포럼’을 결성키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원칩카드에 담겨질 응용서비스의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도 부담감이다. KTF는 m커머스, SK텔레콤은 UIM(로밍) 기능에 각각 방점을 두고 원칩을 개발중이지만 어느 분야도 현재로선 시장수요를 예측만 할 뿐이다. SK텔레콤 신진원 과장은 “기술적으로는 응용서비스 애플릿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서비스 호응도를 검증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