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구찌·까르띠에 등 값비싼 액세서리와 향수 브랜드는 물론 유명 가수의 출시예정 음반과 대작 영화의 DVD 타이틀 판촉의 확고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예약판매가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계절상품에 이어 디지털 가전 분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예약판매는 가격이 1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제품 외에 가격이 100만원대 이하로 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제품출시 이전은 물론 출시 이후에도 시차없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정착하고 있다.
LG전자는 양문여닫이냉장고를 처음 출시하면서 예약판매제를 도입한 데 이어 가격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PDPTV를 지난 7월 출시하면서 한달간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뒤이어 삼성전자도 8월 PDPTV인 파브에 대해 9월 1일부터 10월까지 예약판매를 실시했으며 대우전자도 세계 최초의 무세제세탁기인 마이다스 출시를 한달 앞두고 예약판매에 들어간 바 있다.
또 디지탈웨이와 하빈 등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가격대가 20만원선에 불과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유통업체와 손잡고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이처럼 예약판매가 성행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고객반응을 사전에 체크함으로써 제조업체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제조업체의 요구와 사전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으려는 유통업체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가인 PDPTV 등은 미리 생산할 경우 제조업체들이 갖는 위험부담이 워낙 큰데다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일부 계절성 제품의 경우 제철이 끝나면 생산라인이 장기 수면에 들어가야 할 만큼 비수기와 성수기의 격차가 심해 예약판매를 도입할 경우 미리 판매량을 예측하고 비수기 라인가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성수기의 공급부족 현상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MP3플레이어 업체인 디지탈웨이 관계자는 “요즘은 어떤 제품이 출시되어도 성공을 보장받기 힘들다”면서 “예약판매는 시장진입 가능성 타진과 초기매출 가늠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 디지털 가전제품의 경우 제품 주기가 짧아 차기 제품의 출시가 2∼3개월 뒤 바로 잇따르기 때문에 제품을 출시한 후 홍보를 시작하면 늦게 되기 때문에 홍보수단으로 예약판매를 이용하는 경향도 크게 늘고 있다.
이밖에 예약판매 도입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예약판매가 확산되고 있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다. 실제 PDPTV의 경우 예약판매방식을 도입한 이후 판매량이 이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게 LG전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예약판매가 경쟁적으로 도입될 경우 가격노출로 인한 과당경쟁이 유발될 수 있으며 예약판매가가 정식 출시가에 비해 비싼 경우도 발생,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구입 지연으로 유통업체의 기존 제품 판매가 부진해질 수 있으므로 유통업체의 재고가 소진된 시점에서 예약판매를 실시해야 하고 제조업체는 고객에게 약속한 출시일정을 반드시 지켜 신뢰도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