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FT LCD업체, `5세대 투자` 추진 배경

 대만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5세대 투자계획을 내놓아 투자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투자여력, 기술수준 등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아직은 선언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잇따른 5세대 투자 선언=대만의 TFT LCD업체인 중화영관(CPT)과 퀀타디스플레이는 최근 각각 5세대 유리기판 규격에 대한 설비투자를 내년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최대업체인 AU옵트로닉스 역시 2003년 초반까지 5세대 라인을 구축키로 방침을 굳히고 구체적인 계획수립에 들어갔다.

 CPT는 내년 4월까지 아오얀주 룽탄지역에 5세대 규격을 적용한 파일럿 생산라인을 신설키로 하고 이달 착공했다. 투자규모는 11억5000만달러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CPT는 또 2003년안으로 양산라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규격 크기는 미정이다.

 퀀타디스플레이는 초기 투자비 8억6000만달러를 들여 5세대 라인을 신설키로 했다. 이 회사는 특히 일본 최대업체인 샤프와 협력키로 했으며 삼성전자가 채택한 1100×1250㎜ 규격으로 잠정 결정, 눈길을 끌고 있다.

 ◇왜 서두르나=대만업체들의 이같은 계획은 애초 예상보다 6개월∼1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이제 4세대 투자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5세대 투자는 무리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올해 가격폭락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 투자여력도 없다.

 그런데도 최근 투자에 적극적이다. 퀀타의 경우 아예 4세대를 건너뛸 방침이다.

 업계는 대만업체들이 이미 5세대 투자에 들어간 삼성전자, LG필립스LCD와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면 사업전개가 곤란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했다.

 사실상 일본 업체들을 대형 TFT LCD시장에서 쫓아낸 대만 업체들로선 경쟁자인 한국 업체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같은 원자재 투입량으로 더 많은 패널을 생산할 한국 업체와 싸우려면 5세대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가능할까=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자금력이 달린다. 이번에 투자계획을 밝힌 세 업체 모두 내년초 증자를 계획중이거나 채권단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대출을 추진중이다. GDR도 발행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투자여력이 없다는 증거다.

 사업초기인 올해 가격폭락으로 감가상각도 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세대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술도 문제다. 대형 유리기판을 쓰려면 모든 면에 고르게 막을 씌우는 균일도가 핵심인데 대만 업체들이 이러한 기술을 축적했는지에 대해 의문시되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소식대로라면 2003년 중반께엔 어느 정도 5세대 라인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삼성이나 LG필립스가 쓰는 장비를 대만 업체가 그대로 들여와 쓴다 해도 관련 기술 노하우가 없다면 생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확보 없는 투자는 ‘거의 승산없는 도박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들어 이번 대만 업체들의 발표는 △현지 금융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을 덜거나 △해외 대형 고객에 대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나온 ‘언론플레이’로 여기고 있다. 일단 해보겠다는 발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는 오히려 이로 인한 과잉생산에 대한 시스템업체의 기대가 높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 업계는 “한국이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해 일본 업체를 따라잡았듯이 대만 업체들의 기술과 열정을 무시해선 곤란하다”며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장비업체를 통한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입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