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세계 중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이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경쟁사들과 기술 및 생산설비(FAB)를 공유해 부족한 미세회로 공정기술력을 높이고 생산능력을 확보하면서 대형 파운드리업체의 틈새 고객을 잡겠다는 것.
이같은 협력은 중소 파운드리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지 않고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싱가포르 차터드는 중국 SMIC에 0.18미크론(㎛) 로직 공정을 기반으로 각종 특허기술과 공정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순수 파운드리 전문업체로는 대만 TSMC·UMC에 이어 3위인 차터드는 월 10만장의 생산능력(200㎜ 웨이퍼 기준)을 바탕으로 그동안 쌓아온 비메모리 공정기술을 SMIC에 제공하는 대신 중국시장 조기진출을 통한 선점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SMIC는 현재의 0.35∼0.25㎛급 주력 공정기술을 0.18㎛급 이하로 바꿔 내년말까지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며 기존 메모리반도체 이외에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으로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탈리아 타워세미컨덕터와 제휴한 동부전자는 타워가 확보한 상당수 고객의 주문량을 넘겨받아 양산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양사의 경우 모두 도시바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생산설비 구축 및 복합신호처리 공정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상호 기술 공유 및 양산능력 공유도 용이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0.25㎛급 이하의 공정기술을 갖추지 못한 타워로서는 동부의 0.18㎛ 양산시설을 활용하고 동부는 고객물량 확보는 물론, 현재 추진중인 타워의 제2공장 설립을 지원해 부가수익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사는 도시바로부터 각각 라이선스한 0.13㎛ 공정기술에 대해서도 공동 개발을 추진, 지속적으로 기술향상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말레이지아 실테라와 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아남반도체는 협상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합병을 포함한, 고객 및 기술 공유 등 다각도의 협상을 진행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시장의 경기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소 파운드리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한시적일 수도 있으나 기술 및 생산설비 공유 등은 위기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윈윈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