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3:새해 청사진-외국기업편>글로벌 경제시대 `IT코리아` 새벽을 연다

최근 1∼2년 사이 전세계 IT산업과 국내 IT산업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인터넷 버블론과 IT분야 과잉투자론으로 다소 움츠러들었던 외국계 IT기업들이 ‘IT코리아 재건’에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신년 벽두를 맞아 새로운 사업전략과 구상으로 IT코리아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의 성장 엔진이 다소 멈칫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산업이 희망이다’는 대명제아래 국내 IT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IT기업들도 한국시장 입지강화를 위한 마케팅 및 영업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외국계 IT기업들은 디지털 정보시대에 걸맞은 첨단 IT솔루션의 보급과 IT인프라의 확충에 있어서는 자신들이 국내 IT업체보다 한수위 아니겠냐며 신년에 형성될 한국 IT시장에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IT기업들이 국내 IT시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한국시장이 갖는 성장 잠재력과 세계 IT업계에서 차지하는 한국 IT산업의 리더십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한축이었던 외국계 IT기업들이 이처럼 한국시장내 입지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IT분야가 우리나라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데다 정보화 입국이라는 중요한 정책적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해 한국경제가 장기간의 침체국면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것인가 아니면 불황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릴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바로미터 중 하나가 IT산업이다.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IT산업의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 전체 산업의 경쟁력제고 차원에서 IT산업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산업이 재도약의 고삐를 확 틀어쥔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한번 욱일승천의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라는 게 IT업계의 희망섞인 관측이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속에는 외국계 IT기업들이 당연히 떠맡아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그만큼 국내 IT산업에서 차지하는 외국계 IT업체들의 비중과 역할은 크고 막중하다.

 사실 외국계 IT기업들은 국내 IT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계 IT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척박하기 이를 데 없던 한국경제에 첨단 IT 경영솔루션과 과학적인 경영기법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외국계 IT기업들이 국제 표준을 확대·보급한다는 미명 아래 한국시장을 첨단 기술의 시험무대나 제품판매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 정도로만 인식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첨단 IT솔루션이라는 제품 전략과 마케팅 전술로 겉모습을 치장해 국내기업들을 현혹시킨 사례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80년대 한국사회를 풍미했던 좌파적 시각이나 사회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외국계 IT기업들은 한국경제를 선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시키는 자본주의의 첨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외국계 IT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희석된 게 사실이다.오히려 IMF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외국계 IT기업들은 한국경제가 글로벌경제 체제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며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국내기업들에 바람직한 기업문화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외국계 IT기업들은 한국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이다. 비록 지난해 불어닥친 IT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로 외국계 IT기업들의 벤처기업 투자 프로그램이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고 있으나 일부 외국계 IT기업들은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국계 IT기업들은 고용효과, 시장 창출, 국제 표준의 보급 확산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적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작년 서울대 국제경영연구센터가 국내에 진출한 104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 건전성, 한국경제 활성화 공헌도, 무역수지 및 기술이전 기여도 등 3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의 국내경제에 대한 공헌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국계 IT기업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공헌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합작법인이기는 하지만 한국경제 공헌도가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받은 삼성코닝은 브라운관용 유리를 국산화하고 완전평면 브라운관 유리, 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PDP)용 코팅유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공헌하는 등 한국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외국계 IT업체의 대명사인 한국IBM과 한국후지제록스가 한국경제 공헌도 측면에서 각각 7위와 8위에 랭크돼 이제는 당당하게 한국화에 성공한 외국계 IT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IBM은 국내에 진출한 이래 국내 구매사무소(IPO)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상당량의 컴퓨터 관련 부품과 완제품을 구매해 미국에 수출하는 등 한국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도 상당수 외국계 IT기업들이 국내에 설치된 구매사무소나 한국내 공장을 통해 제품을 구매,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계 IT기업이 국경없는 경제시대에 한국기업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화에 성공한 기업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사실 국내 IT시장은 외국계 IT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물론 최근 중국시장이 급부상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이 다소 감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시장은 외국계 IT기업에 있어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다.

 산업자원부가 2000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1년간 제조업 분야에 대한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 건수가 총 50건, 9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전기·전자분야가 16건, 7300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투자의 80%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서 전기·전자 업종 중 상당수는 IT분야 업체다.

 외국계 투자기업은 아닐지라도 외국기업의 국내 지사들 중 IT분야가 유독 많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는 외국계 IT기업들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전·후방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을 웅변해주고 있다.

 선진 외국계 IT기업들이 이처럼 국내 전기·전자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최근 투자 적격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동남아시아 등과 분명히 구별되는 차별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주한 외국업체 7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한 외국기업의 국내환경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업체 가운데 67%가 국내 투자환경이 IMF 금융위기 이후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환경 중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평가한 분야는 사회간접자본(87%), 외국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58%),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56%) 등을 꼽고 있다(복수 응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문제(74%), 복잡한 통관절차와 높은 관세율(61%)은 여전히 외국계 업체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사항이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주변여건은 크게 개선됐지만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입지가 꼭 좋아진 것만은 아니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IT시장을 겨냥해 외국 IT업체들이 아시아 총괄본부를 기존의 싱가포르·일본·홍콩 등 지역에서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외국 IT기업들의 중국 진출 러시를 계속 수수방관할 경우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마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시점이다.

 외국계 IT기업이 한국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외국계 IT기업의 노력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함께 변화되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IT업체들이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그들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외국계 IT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생긴 과실을 본국에 송금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들이 국내에서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내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외국계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외국계 IT기업을 바라보는 잣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80∼90년대에는 수입대체효과니, 국산화율이니 하는 요인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였지만 이제는 글로벌시대에 맞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급 IT인력의 양성과 기술이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보다 많은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역설한다.

 외국계 IT업체들도 한국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국제 표준의 보급 확산도 중요한 가치지만 외국계 IT기업의 영업적인 기반인 한국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선 로컬리제이션도 중요한 가치척도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과실의 본사송금 차원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우리기업에 선진기술을 이전해주려는 자세, 한국기업과의 동반자 관계, 첨단 솔루션의 한국시장 적용시 보다 철저한 검증과정 등 제반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양측의 노력이 결합될 때 외국계 IT기업은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