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이 이끄는 세계 최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의 올해 브랜드전략은 ‘난공불락(unbrakable)’이다.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업계의 최강자로 연간 109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2위 업체다.
지난 2001년 창업 25주년을 맞은 오라클은 7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관계형데이터베이스시스템(RDBMS)을 시판했다. IBM, 인포믹스, 인그레스, 사이베이스 등을 비롯한 수백개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유독 오라클만이 최강의 업체로 등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벤처업체로 시작한 오라클의 최대무기는 전문성과 발빠른 시장대처 능력이다. 제품의 한계, 시장의 한계를 이기지 못한 대부분의 업체가 업계를 떠나거나 합병의 길을 택할 때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나섰다. 그리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적시적소에 제공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높여갔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의 오라클을 있게 한 힘의 원천이다.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 장악을 통한 시장재편=M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체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 탈환전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WAS시장에서의 공격은 서슬이 퍼렇다. 오라클은 이미 기업용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사의 완승으로 끝난 만큼 MS나 IBM와의 경쟁에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새로운 시장인 WAS에서 승부를 보자는 심산이다.
오라클 역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차세대 공격무기로 WAS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WAS시장 최대 강자인 BEA와 함께 MS에 정면도전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에 이어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자는 것이 톱 브랜드 전략이다.
모두 같은 무기로 한바탕 일전을 치를 태세다. 누가 먼저 승기를 잡느냐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로선 오라클이 BEA의 단독질주를 뒤따르는 MS를 추격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오라클의 마케팅전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알게 모르게 오라클의 반MS 감정은 뿌리깊다. 여기에 차세대 기업용 소프트웨어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맞물리면서 오라클의 호전성(?)이 이미 이빨을 드러냈다. 그 첨단무기가 스팅어 미사일과 같은 WAS ‘9iAS’다.
◇수성보다는 진격=오라클의 올해 전략은 한마디로 ‘돌격’이다. IT의 반항아이자 시대의 독설가인 래리 엘리슨의 이미지에도 맞는 전략이다. 엘리슨 회장은 지난해말 오라클오픈월드(OOW) 기조연설을 통해 “어떠한 강력한 도전에도 꺾이지 않는 강력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그 첫 단추는 ‘9iAS’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완전한 적으로 돌변해버린 MS와 IBM, BEA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해 독설도 서슴지 않음으로써 선전포고를 했다.
그렇다고 주력인 데이터베이스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데이터베이스사업을 더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아예 독식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대기업(엔터프라이즈)시장은 물론 그나마 경쟁사로서의 여지가 있었던 중소기업시장도 점령함으로써 데이터베이스시장의 ‘오라클 천하’를 다시한번 펼쳐 보이겠다는 야심이다.
오라클의 톱 브랜드 전략은 한마디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두 자리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는 물론이고 WAS에서도 최강자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향유함으로써 더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IT시장 역시 타 시장과 마찬가지로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어쩌면 오라클의 톱 브랜드 전략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인터뷰-마크 자비스(Mark Javis)마케팅담당 수석부사장
“오라클의 톱 브랜드 전략은 요새와도 같은 단단함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떠한 해킹 시도에도 깨지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캐치프레이즈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도 이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의 제2인자로, 각종 마케팅과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마크 자비스 수석부사장은 앞으로의 오라클 톱 브랜드 전략이 ‘최강의 소프트웨어’로 확실히 인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소프트웨어(X2)까지 영역을 확대해 사업을 펼치는 것을 비꼬며 자신들은 ‘한 우물만 파는 기업’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IT업계의 논쟁거리나 이슈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IT산업의 패턴상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겸허히 수용했다. 그런 가운데도 그는 “DBMS는 애플리케이션과 연계될 수밖에 없고 오라클은 DBMS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나서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오히려 시장확대의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말한 애플리케이션 사업이란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다. 현재 주력사업인 DBMS와 연관된 새로운 시장으로 향후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그가 이 분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향후 오라클의 주력분야가 서서히 바뀌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DBMS에서 WAS로 이어지는 오라클의 전략이 현재의 명성을 유지시켜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퇴로없는 IT산업의 속성상 오라클이 취한 전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마크 자비스 부사장은 “언제나 톱 브랜드였고 앞으로도 톱 브랜드로 남기 위한 전략이 ‘언브레이커블’”이라며 “이는 궁여지책이 아닌 초심의 도전정신에 기인한 결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