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해 세계적 IT산업의 침체와 9·11 뉴욕테러사태의 최대 피해자로서 좀처럼 침체분위기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IT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는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되었고 실제로 하강으로 치달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특단의 조치가 없는 이같은 침체가 올해에도 지속되리라는 추측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지난 2000년 하반기 제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경기 둔화 국면은 경제전반으로 확산되면서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불황우려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2002년 새해를 맞아 IT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갖게 될 것이다. 다만 어떻게 추진할지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IT라는 분야를 중시하면서도 그 분야에만 특화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투자세액 공제, 또는 신규설비 투자에 대한 혜택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 정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확실히 신경제 활황기인 지난 10년간 IT산업은 전체경제에 대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신경제 활황기 중 전체경제 성장 가운데 IT부문의 투자가 전체의 약 50%를 차지했을 정도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지난 2000년에는 2%대의 성장에 그친 미국 경제에서 IT가 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30%로 떨어졌다.
90년대 이후 세계 최악의 경제 불황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난 지난해엔 IT가 미국 경제에 마이너스 10%의 성장 기여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대책은 기본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해 이뤄질 것이란 추측이 유력하다. 오는 4월을 전후로 조심스런 성장이 예상되고 있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좀더 조정기를 거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복시점 여부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2%대의 성장세를 회복의 신호로 본다면 미국 경기의 회복은 좀더 빨리 오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2년에서 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어쨌든 올해 전반적인 미국 경기의 회복전망은 비관적이지 않지만 안정세속의 조정국면이란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분위기인 것 같다. 특히 미국 경제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기업의 실적 악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이른바 ‘실적 유발형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따라서 앞서의 전망은 이같은 투자부진 심화의 우려에 이은 자연스런 결론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기업실적의 저하 또한 생산 및 투자의 감소를 촉발하는 부정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투자위축은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 하락과 직결된다는점에서 중요관심 사항이다. 더욱이 미국 경기회복은 세계경제회복과 직결되고 그 열쇠는 설비투자에 있다. 따라서 올해엔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정부의 투자활성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11테러 사태 이후의 미국 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투자유발형 침체’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경기의 침체가 수요위축보다는 투자과잉에 따른 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이 과정의 투자감소와 경기하강 현상이 올초까지 이어지리란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결국 경제 회복의 열쇠를 IT부문의 투자회복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장기호황을 이끌었던 원동력이 IT였던 만큼 주식가격의 거품 과잉설비 등의 상황을 잘 극복하면 회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올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지원수단을 IT분야의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것이다.
이유는 명쾌하다. 미국 정부는 IT투자 확대에 의해 주도되어 온 신경제의 단열매를 이미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신경제가 노동생산성을 높이면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고 장기호황을 보였던 만큼 미국의 IT투자 활성화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이제 미국의 경제전반, 특히 IT경제에 있어서 거품이 빠지고 충분한 조정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투자확대 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도 잇닿아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 IT투자 확대가 생산성의 구조적 향상을 초래한 것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의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0년대 후반 민간 설비투자 중 정보통신 관련 투자자 전체의 60%를 차지했으며 IT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95년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분 가운데 70%가 IT부문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 부문에서 생산성 제고에 기여한 효과도 1.47%P에 이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특히 IT부문의 침체가 심각해짐에 따라 IT주도의 신경제 지속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그간 고성장을 견인했던 선순환 고리가 붕괴되는 조짐까지 나타났던 것도 이해하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는 4월의 지표를 바탕으로 신경제 효과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며 이를 분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책기조를 드러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단기간내 회복을 기대하는 이들의 희망속에 약간의 하강국면을 거치면서 90년대 후반의 성장을 모색하리라는 전망인 셈이다. 물론 미국 정부는 이같은 정책을 폄에 있어서 사전에 장기적 미국 경기의 흐름을 살피고 경기회복시점을 최대한 근사치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