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가 되면 온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살을 에이는 겨울바람을 맞지 않고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안방극장에서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영화에는 장르의 구분이 없다.
수잔 서랜든과 줄리아 로버츠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스텝맘’은 아이를 둘러싼 병든 엄마와 새 엄마의 갈등, 그리고 아이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이해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패밀리맨’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삭막한 세상에서 보듬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가정과 가족애뿐임을 코믹과 드라마적인 요소로 풀어낸다.
거장의 숨결이 녹아 있는 최신작도 추천할 만하다.
장이모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은 중국 서민층의 모습을 화려한 장식과 기름기를 걷어낸 음식처럼 담백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덧없이 사라진 젊음과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애잔함이 콧등을 시큰하게 해준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튀는 발상과 표현으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명작으로 꼽는다.
전성기를 누리다 사라진 노가수가 새로운 업적을 이뤄간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흥쾌하면서도 어쩐지 어둡고, 순수함마저 배어나온다.
‘빅베어’ 같은 오랜 전통의 가족영화를 못봤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거대한 곰 그리즐리와 소년 해리의 우정이 장대한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우리가 가진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념을 모조리 깨는 수작. 단조롭고 어둡고 칙칙한 실루엣(그림자)은 오히려 상상력과 아름다운 동화, 환상을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일본 수묵화에서 풍경과 인물을 따오고 노파와 도둑의 에피소드로 그 풍경이 형형색색 드러난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수작은 ‘스노우 맨’. 레이몬드 브릭스의 동화책을 다이안 잭슨이 애니메이션화한 이 작품은 앞마당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소년의 따뜻한 마음이 파스텔톤의 포근한 영상과 어우러진다.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감독 특유의 감성과 애잔한 음악이 설원과 함께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비디오대신 DVD플레이어를 갖췄다면 극장에 버금가는 실감나는 영상을 즐겨볼 만하다. 비디오·DVD 동시출시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명작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볼 수 있다. 온가족이 모이는 이때라면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불후의 명작을 감상해도 좋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