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추진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일부 선도기업에 의해 촉발된 e비즈니스 투자가 중견·중소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e비즈 선도기업들이 최근 프로세스의 선진화를 통한 다양한 효과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회의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대다수 기업의 마인드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e비즈니스 추진에 있어 고려될 사항은 적지 않다. 효과적인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가 필수적이며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기업들이 e비즈니스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 및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투자의 최우선 사항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업종별 투자 최우선 사항
이번 조사는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 △수익창출 △고객만족도 제고 △경쟁력 제고 등 4개 요소에 대해 공공, 제조, 금융, 유통·서비스, 정보통신, 건설 및 기타 등 총 6개 업종으로 나눠 각각의 중요도를 5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가 전체평균지수 4.57로 가장 높게 평가됐으며 경쟁력 제고 4.29, 고객만족 3.79, 수익창출 3.64 등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꼽았고 유통·서비스와 정보통신분야에서는 경쟁력 제고가 가장 중요한 투자 결정요인으로 조사됐다(4.24, 4.65). 전체 평균지수에서도 ‘경쟁력 제고’는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수를 나타냈다.
업종별 응답을 살펴보면 공공업종의 17개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4.35)’ ‘고객만족도 제고(4.0)’ ‘경쟁력 제고(3.76)’ ‘수익창출(3.29)’ 순으로 투자결정시 중요도를 꼽았다. 이에 비해 85개의 제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4.46)’과 ‘수익창출(4.21)’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으며, 고객만족도는 3.85로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돼 아직은 제조업의 e비즈 투자가 내부 업무향상에 집중돼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에서는 ‘생산성 향상(4.38)’과 ‘고객만족도(4.2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건설 및 기타업종에서는 ‘생산성 향상(4.57)’과 ‘경쟁력 제고(4.2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조사결과는 대다수 기업이 e비즈니스의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와 같은 간접적 기대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 수익창출은 e비즈니스 투자결정에서 가장 낮은 중요도를 나타내 많은 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매출증대와 이윤창출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인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들이 e비즈니스 투자 결정을 위해 경쟁력 제고와 수익창출, 그리고 고객만족도 등과 같은 전략적인 차원의 평가요소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더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이는 아직 국내 주요기업들이 e비즈니스에 대한 성과측정 수단이 없고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표 1, 2, 3, 4, 5, 6참조
◇e비즈니스 위험요인
e비즈니스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에 대해 전체 응답기업(n=210, 응답 209)의 58.9%(123개 기업)가 ‘검증된 성과부재’를 꼽았다. 이는 e비즈니스를 추진함에 있어 정확한 평가측정 방법이나 수단이 부재하고 벤치마킹할 e비즈니스 선도기업을 찾는 데 기업들이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비즈니스가 기업생존을 위해 추진돼야 할 전략적 우선순위라는 점은 널리 공감하고 있으나 이러한 인식만으로 e비즈니스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현 시점에서 검증된 성과의 부족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실제로 e비즈니스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한 선도업체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로 인해 2단계 투자와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e비즈니스 투자가 계속 활성화되고 기업 가치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성과측정 방법론과 체계 마련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임이 이번 조사결과 나타났다.
두번째로 ‘적합한 조직과 기업문화의 부재’도 중요한 걸림돌로 지적됐다. 응답기업의 35.9%(75개 기업)가 적합한 조직 및 기업문화부재 때문에 e비즈니스 도입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과 문화의 문제는 모든 기업전략에 있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조직과 문화의 문제는 모든 전략추진과 관련해 일상적으로 거론되는 문제이다보니 종종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고 뒷전에 밀리는 경우가 있다. 90년대 열병처럼 유행했던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대부분 실패로 끝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과 문화를 변화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일부 선도기업에서는 e비즈니스 추진의 첫단계로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된 목적은 먼저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프로세스와 문화를 정립하는 데 있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e비즈니스를 성급히 추진하다보면 기존 조직과 문화에 부딪혀 예상한 방향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직과 문화의 중요성을 지적한 기업이 이번 조사에서 높게 나타난 것은 성공적인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해서는 시스템적 투자뿐 아니라 조직과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결과다.
세번째 높은 장애요인으로는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29.2%)’이 지적됐다. 흔히 기업이 e비즈니스 인프라 투자를 실시할 때 그동안 애써 구축해온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스템 구축인력들의 반발과 중복투자,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감수해야만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이는 최고정보책임자(CIO)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체의 경우 최근 몇년동안 IT인프라를 전사 핵심 프로젝트로 구축해왔는데 e비즈니스 관련 신규투자를 실시하는 와중에 기존 투자와의 중복시비로 조직간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부서간 이해관계가 빚어낸 문제이기도 하다.
네번째 장애요인으로는 ‘전문인력부족(28.7%)’이 꼽혔다. 일부 선도기업을 제외하곤 대다수 기업들이 e비즈니스 효과에 확고한 신념이 없는 상태에서 시스템 차원으로 접근하는 추진인력조차 기대효과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밖에도 이번 조사에서는 e비즈니스 추진에 따른 위험노출(25.4%), 보안문제(24.9%), 정보화 인프라 부족(19.6%) 등이 적지 않은 장애요인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그동안 e비즈니스를 도입함에 있어 고질적인 병폐로 대두됐던 예산부족, 경영진 마인드, 표준결여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수를 기록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