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이 힘겨운 올 한해를 마감하면서 기업 성과의 결산 및 분석,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함께 직원들의 연봉협상작업을 진행하느라 분주하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직원들의 관심사는 내년도 자신의 몸값에 맞춰지게 마련이다.
수익모델에 따라 벤처들의 명암이 드러나듯 일부 ‘잘나가는(?)’ 벤처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과 독특한 연봉책정방식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 벤처기업의 내년도 임금 산정 방향은 ‘동결’ 내지 ‘회사 일임’ 방식이 주를 이뤄 희비곡선을 달리하고 있다.
온라인 유료게임서비스로 올해 약 1200억원의 매출을 달성, 문화콘텐츠산업의 리더격으로 자리잡은 게임 전문벤처기업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부서별 ‘임금총량제’를 도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제도는 각 부서별 내년도 임금총액을 설정하고 부서장과 부서원간 평가·협의에 의해 총액을 나누는 방식.
예를 들어 직원이 5명인 개발실의 내년도 연봉총액이 2억원일 경우 본인(1차)∼팀장(2차)∼실장(3차) 등 세 차례에 걸쳐 핵심성과지표를 통한 업적평가·능력평가(비업무적 요소)를 종합한다면 평가(BSC) 결과에 따라 5명이 연봉을 나누게 된다. 물론 연봉의 책정 권한은 5개 사업본부 내 15개 실장에게 위임돼 있다.
이 방식은 현재 450명의 직원을 보유한 이 회사의 전직원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협상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엔 사장과 협상이 이뤄진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내년도 5∼10%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연봉협상을 진행중”이라며 “부서 단위로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정확한 평가는 물론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벤처의 내년도 연봉협상 과정은 올해 수준이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제품공급이 연기되거나 저가로 이뤄져 당초 예상했던 매출성과를 이루지 못해 직원들 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회사사정에 대해 직원들과 솔직히 터놓고 얘기한 뒤 내년 사업성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연봉산정시스템’이란 제목의 파일이 퍼지며 직장인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이 파일을 열면 답변 분석을 통해 내년도 연봉을 자동산정한다며 성실한 답변을 요구한다.
가장 먼저 “현재 연봉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예’와 ‘아니요’를 선택하도록 하지만 ‘아니오’에 마우스 포인트를 가져가면 여기저기로 움직여 절대 클릭할 수 없다. 오직 가능한 답은 ‘예’. 그 다음은 “다행이군요. 그럼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부서장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돼 있다. “내년 연봉도 올해랑 똑같이 해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