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002년 주요업종별 경기전망-`훈풍, 늦어도 하반기엔 분다`

 올해 세계 IT시장은 중국·대만의 WTO 가입, 뉴라운드 출범, 테러전쟁 종식 기대에 따른 반등 등으로 늦어도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해말에 잇따라 터진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미국의 IT경기부양책 폐기, 엔저기조 등으로 세계 경제회복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IT시장(정보통신서비스 제외)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2.7% 줄어든 1조458억달러에 그쳤지만 올해는 5.1% 증가한 1조98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컴퓨터가 윈도XP 출시, CPU 가격인하 등으로 지난해 2998억달러(전년대비 10.0% 감소)보다 6.7% 늘어난 3199억달러로 성장하면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기기는 선진국의 시장포화와 IMT2000 등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도입 연기사태로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되나 중국 등에서의 높은 신규수요와 지난해 투자축소에 따른 상대적인 반등으로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 2766억달러(전년대비 30.0% 감소)보다 0.5% 확대된 277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은 테러전쟁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다소 회복되는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함에 따라 아날로그제품에서 디지털제품으로의 교체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올해 세계 시장규모는 지난해 2112억달러(4.5% 증가)보다 7.8% 늘어난 2276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도 공급과잉·가격하락이라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점차 수급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S램·플래시메모리 등 비 D램 수요증가에 힘입어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은 지난해의 1477억달러(전년대비 34.8% 감소)보다 2.2% 증가한 151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의 본격적인 수요확대와 이동통신부품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3366억달러(전년대비 9.2% 감소)보다 4.1% 늘어난 3504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IT산업 내수시장 규모(정보통신서비스 제외)는 디지털TV·DVD·PC 등 디지털 제품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의 16조440억원보다 8% 정도 늘어난 17조3420억원, 생산은 85조7960억원보다 13.6% 성장한 97조4380억원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지난해 525억1900만달러(추정치)보다 12.8% 증가한 592억2400만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은 수출증가에 따른 소요 원부자재와 디지털제품 수요증가로 지난해의 345억7800만달러보다 18.5% 늘어난 409억7500만달러를 기록

할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수출은 세계 반도체시장이 2∼3%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업체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2000년 기준 38%)이 현상태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5% 내외의 소폭 증가세를 보이며 162억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용 전자·정보통신기기 수출은 해외생산 확대, 중국 등 동남아 제품관의 경쟁심화 등으로 소폭(3% 정도) 증가한 약 74억달러가 예상되는 반면 내수는 디지털방송, 월드컵 개최, 특소세 인하에 힘입어 TV·냉장고 등 대형 고가제품과 DVD 등 디지털 제품이 호조를 보이며 9.5%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기기 수출은 노트북, LCD 모니터의 수출증가와 이동전화기 수출 증가세 지속으로 22%의 성장세가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우리나라 IT산업(정보통신서비스 제외)은 생산이 전년대비 12.2% 증가한 90조원, 내수가 13.5% 증가한 17조원, 수출이 15.4% 늘어난 600억달러, 수입은 139% 증가한 402억달러가 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정보통신서비스는 36.4% 늘어난 37조7000억원, 소프트웨어는 15.8% 확대된 14조7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상반기까지는 수출부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엔화 약세와 통상환경의 악화 등으로 본격적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산업용 전자’는 휴대폰 수출호조 지속과 컴퓨터 수출부진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2.3% 늘어난 255억달러로 전망된다. 특히 컴퓨터의 경우 윈도XP 출시가 전체 컴퓨터경기에 큰 도움이 못되고 있어 지난해의 부진세가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은 지난해보다 11.6% 증가한 240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된다. 지난해 44.2%라는 큰 폭의 수출감소를 보인 반도체는 D램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올해 해소될 것으로 보여 13.8% 증가한 165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된다. 반면 가전제품의 수출은 올해보다 1% 감소한 67억9000만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경기침체, 세계 가전시장의 포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특소세 인하, 디지털TV 방송 개시로 국내 가전업체들이 내수 우선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는 점과 전통적인 가전 분야의 최대 수출품목인 컬러TV·VCR·전자레인지 등이 두자릿수 수출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 등이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달러당 130엔선을 넘나드는 엔저로 들썩이고 있다. 또한 기대를 모았던 미국 경기부양책은 무산됐다. 미국 상원이 행정부가 요구한 경기부양책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엔 약세로 한국과 대만 등 주변 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도 동반 급락했다. 급속한 엔 약세로 인한 환율불안으로 아시아 증시는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악재가 겹치자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2월 새로운 수정 전망치를 발표했다. IMF는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미 테러사태 여파로 인해 2.4% 성장(구매력 기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지난 10월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도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참사의 여파로 인해 지난해 성장률(1.0% 예상)보다 낮은 0.7%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성장률 전망을 낮춰 잡은 이유로 테러사태 이후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증가하고 소비 및 기업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와 함께 미국·유럽 등의 금리인하와 재정조치 확대, 유가하락 등에 힘입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세계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IMF는 한국경제가 올해 3.2%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고 수정했다. 이는 IMF가 지난 10월 발표한 4.5% 전망은 물론 한국은행이 예상한 3.9%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21일 ‘2002년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발표하면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예상치인 1.0∼1.1% 수준에 머물고 일본은 -1%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은 1% 안팎,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외 IT산업 경기가 두자릿수 이상의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먹구름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