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황화 경제권이 뜬다-동북아가 눈을 뜬다

 ‘원화(한국)·엔화(일본)·위안화(중국)’

 한자문화권의 국가들은 한자는 달라도 화폐단위를 원(우리발음 기준)으로 표시한다.

 이렇게 된 역사적인 사건과 문제들은 차치하고 이는 결국 동북아시아 한자문화권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경제·문화적인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유럽 통용화폐가 유로화로 전환됐다. EU 지역경제가 완전히 블록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 영향으로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 경제권의 블록화 필요성이 한층 강하게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동북아 지역 공통화폐에 대한 성급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동북아 경제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자본주의 등으로 표현돼 온 이념이 종말을 고하고 있는 상황과 전통적 강국인 중국의 WTO 가입을 통한 경제강국 부상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동북아시아 경제권 형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온 이념의 경계는 이제 희박해졌다. 이념의 벽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지역중심적인 협력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의 성장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었던 중국의 급부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은 ‘시장’ ‘생산기반’ ‘우수인력’ ‘자금’을 모두 갖춘 지역경제권을 구성하게 됐다. 특히 거대시장 중국의 급속한 개방은 이 경제권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해 줬다.

 최근 일본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경제도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본의 침체는 동북아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실 동북아 경제권 형성을 위해서는 일본 경제의 구조조정은 호재라고도 볼 수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아오야마대학 교수는 “일본은 기술과 자본을 갖고 있다. 일본 경제의 비효율성을 극복한다면 썩어들어가는 위기구조는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동북아경제권의 형성이다.

 ‘뛰어난 인적 자본과 IT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기술과 자본을 가진 경제대국 일본,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과 거대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 천연자원이 풍부한 러시아.’

 동북아시아는 태평양을 통한 북미지역, 러시아를 통한 유럽지역과의 교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특히 한중일 동북아 3국은 경제적 보완성, 지리적 인접성, 문화적 동질성 등을 감안할 때 지역협력체로서의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아시아 지역 통합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는 ‘한중일 e비즈니스 포럼’의 형성, 전경련·일본 게이단련·중국 대외경제단체연합회 등의 잇단 접촉, 정부 주도의 3국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회의 등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IT 원천기술의 출발이 구주지역이었다면 활용 측면의 기술개발은 거대시장, 양질의 노동력, 자본 등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동북아 지역에서 발전되고 승화된다. 실제로 동북아 국가산 신기술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PC를 만드는 작업은 ‘만드는 것’ ‘보급하는 것’에서 끝난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활용해 어떤 재화를 만들어 낼까가 경쟁력이다.

 물론 동북아시아 경제권도 다른 경제권과 마찬가지로 타 경제권의 영향을 상당부분 받으면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시장’의 흐름을 선도해 왔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세계가 동북아시아를 주목하는 것도 동북아시아 지역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동북아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