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특별기고>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

 경제학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경제, 특히 경제의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002년 경제전망에 대해 발표하는 기관마다 수치가 다르고, 또 경기바닥 시기에 대해서도 예측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경제전망에 관한한 우리가 믿을 만한 것은 각자의 경쟁력 외에는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1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둔화는 각 기업과 개인을 움추리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경기둔화의 흐름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이다. 다들 두려운 심정으로 현금을 움켜잡고 있어 더더욱 현금 유동성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 제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고, 연구개발(R&D)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경비절감에 나섰다. 또 개인은 소비를 가능한 자제하는 청교도적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행동은 예측할 수 없는 경기흐름에서 나오는 두려움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없는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은 현명하지 않다.

 오늘 2002년 새해를 맞아 한국의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경기침체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에 관한 것이다. 활황일 때는 1위 기업을 모방한 유사제품이 난무하고 아류기업들이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이 확대되다 보면 거품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위한 조정의 시기가 필요해진다. 경기가 물결처럼 흐름을 타고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조정국면이다. 조정국면을 맞이했을 때, 자신만의 특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 기업은 어려워지는 것이다. 반대로 이 시기에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1위 기업은 이 시기만 잘 극복하면 경쟁구도가 단순해져 훨씬 탄력을 받아 높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국면 조정기에도 방법은 있다. 바로 군살은 과감히 제거하고,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는 계속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거의 10년 가까이 경기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오랜 침체 속에서도 NTT도코모 같은 회사는 i모드라는 신기술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경기침체기에 구조조정을 통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또 R&D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했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나홀로 호황’이라는 성공신화가 가능했다.

 이런 성공적인 예는 오라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라클은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매출은 다소 감소해도 순이익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라클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에는 e비즈니스를 도입해 기업의 프로세스를 혁신했다는 점이 크다. 오라클은 한해 평균 1조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e비즈니스 도입을 통해 이뤘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도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올해는 2조원에 가까운 비용절감의 신화를 만들 것이고, 이후에는 3조원까지도 넘보고 있다. 오라클은 모든 업무과정에서 e비즈니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데, 비용절감 효과는 더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기는 활황을 위한 준비시기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침체기를 잘 견뎌내는 동시에 미래의 호황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경기둔화를 견뎌내면서 미래의 호황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e비즈니스다.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주장한다. 기업에 있어 e비즈니스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그 말은 지금 입증되고 있다. e비즈니스를 도입해 혁신을 이룩한 기업들은 경기침체 시기에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포스코 등 거대 굴뚝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도입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e비즈니스 체제로 전환한 기업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사내의 프로세서를 혁신,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이룰 것이다.

 e비즈니스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신경제의 유행같은 열병이 아니다. 산업 전반의 흐름이 효율적으로 이행되기 위해 발전시킨 기술인 것이다. 효율성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담아낸 전략적인 제품이다.

 e비즈니스가 대세인 것이 확실하다면 이제 좀 더 자세히, 보다 효율적인 e비즈니스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자. 기술의 발전은 결국 효율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잘 읽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2001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특히 IT업계가 전년과 대비했을 때 가장 부진한 분야로 취급받았다. IT업계의 부진은 사실 경기흐름이 요인이기도 했지만 경기흐름을 차치하고도 IT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내놓지 못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2001년에 IT업체들이 발표한 기술 가운데는 설익은 기술이 많았다. 그래서 IT업계는 활력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은 기대해도 좋다. 2002년 IT기업들은 실속있는 기술을 더 많이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기술들은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오라클은 비용절감과 성능향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혁신적인 클러스터링 기술을 선보일 것이다.

 아마 우리의 경쟁사들도 이런 솔루션을 발표할 것이고 시장에서는 클러스터링 기술처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생산성은 배가시켜줄 솔루션들이 속속 발표될 것이다. 오라클은 컴팩과 공동으로 ‘휴론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내용은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클러스터링함으로써 고객들이 비용부담 없이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혁신적인 기술을 시장에 소개하는 오라클은 클러스터링 기술을 통해 확장성과 견고한 안정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라클9i 리얼 애플리케이션 클러스터(Oracle9i Real Application Clusters)는 클러스터 내의 모든 컴퓨터에서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투명한 애플리케이션 확장성을 제공하는데, 2002년에는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업체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 외에 웹 서비스 분야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웹 서비스와 관련해서 IT업체들간의 경쟁구도는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IT산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패션산업에 종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만일 컴퓨터산업과 패션산업이 같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IT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닷컴,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기업대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가 다 그런 흐름이었다. 웹 서비스는 다양한 가치를 지닌 표준 모음이라는 점에서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기술임은 확실하다. 오라클 또한, 이를 위해 표준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을 이미 구축했고, 오라클 e비즈니스 슈트(Oracle e-Business Suite), 웹 서비스, 또한 웹 서비스 구축을 위한 최고 툴인 J2EE까지 실로 다양한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양한 웹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러한 웹 서비스와 내장 애플리케이션을 전체적으로 하나로 묶어줄 솔루션은 그 어떤 업체도 발표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볼 때, 웹 서비스는 2002년 한해를 뜨겁게 달굴 이슈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요즘 들어 질문이 무엇에 대한 것이든지 그 대답은 ‘웹 서비스’로 연결된다. 패션업계가 스커트 라인을 올리고 내리면서 추구하는 ‘미’라는 절체절명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IT업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과 경쟁력’이다.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많은 기술이 2002년 IT업계의 활력을 불어넣기 바란다.

◆오라클은 어떤 회사

 오라클(Oracle)은 세계적인 정보관리업체로 e비즈니스 및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전문회사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플랫폼과 e비즈니스 슈트 제품 및 솔루션을 통해 정보사회를 이루기 위한 모든 분야의 솔루션을 판매한다. 또 컨설팅 및 교육에 관한 각종 지원 및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오라클은 전세계 150여개국에 진출, 4만3000명의 직원을 두었으며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110억달러에 달했다. 1977년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 설립했으며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쇼어에 있다.

 오라클은 ‘신의 뜻’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처음으로 개발해 상용화한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의 이름을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명인 ‘Oracle’로 한 데서 기인한다. 

 1979년 세계 최초로 상품화된 SQL 관계형 DBMS를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유명해진 오라클은 VAX 모드 데이터베이스와 병렬 서버 데이터베이스를 세계 최초로 지원하기도 했다.

 

◆래리 엘리슨은 누구

 오라클의 CEO인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1944년생)은 1977년 동료인 밥 마이너, 에드 오츠와 함께 관계형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elational Database Management System)에 대한 관심으로 오라클을 창립했다.

 그후 20여년 동안 오라클을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로 성장시킨 엘리슨은 오라클이 단순히 ‘신의 뜻’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믿음직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한다.

 엘리슨은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젊은 마인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회사내의 직급 파괴 등을 도입했으며, 품질이 좋다고 해서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고 늘 마케팅을 중요시한다.  

 하버드대학이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Enterpreneur of the Year)’로 뽑히는 등 수많은 수상경력도 지니고 있으며 현재 애플컴퓨터와 다이안포시고릴라펀드(Dian Fossey Gorilla Fund)의 이사로도 활동중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