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행/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T인력개발단장
2002년 새로운 해를 맞았다. 새해들어 세계적으로 침체상태에 놓여 있던 IT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세계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국내 IT기업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여기서 한가지, 세계시장에서 도약을 도모하는 우리 IT기업들의 바쁜 발길을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이와 관련, 현재 국내 IT업계에는 최소 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조사결과다.
IT산업은 사람에게 체화된 전문지식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만큼, 국내 IT산업계의 인력부족문제는 우리 IT기업의 경쟁력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IT전문인력 구인난의 주된 원인은 대학 등 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 고용시장에서는 구인기업과 구직자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일류대학 출신들조차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실업난이 벌어지고 있지만, IT기업들은 쓸만한 전문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IT기업들은 채용과 동시에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소화하여 실무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학의 IT학과 졸업생 대부분은 프로젝트 수행이나 인턴십 경험은 고사하고, 실습강의를 제대로 이수한 경우도 드물어 그 실력이 기업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IT기업들 중에서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직원들 대신 상당기간 업무경험을 가진 경력자들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채용 후 실무적응에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대학졸업자 대신, 채용즉시 한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경력자를 뽑겠다는 의도다.
IT업계의 이 같은 현실은 우리나라가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3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IT전문가는 그 수가 한정돼 있으므로 대학을 통해 우수한 전문인력을 새로이 길러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내대학들의 경우 일부 기능을 보강하는 정도의 개선으로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대학에서는 산업계와 밀착된 인력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자간 새로운 관계정립을 통해 IT교육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의 IT커리큘럼이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하며, 산업계 전문가들이 대학으로 와 학생들에게 산업체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을 산업계 수준의 개발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실무능력을 길러주는 한편, 산업체 인턴십이나 공동연구 프로그램들도 도입돼야 한다.
미국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는 ‘교수재교육(Teach the Teachers)’의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나아가 국가 전반의 인력양성시스템이 글로벌화돼야 한다. IT교육에 있어 영어구사 능력이 중시돼야 하며, 외국인 교수들이 대거 국내대학에 초빙되어야 한다. 또 해외대학과의 학점교류 및 해외 유학은 물론, 외국대학의 국내 분교설립도 IT분야에서 만큼은 시기를 앞당겨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02년에도 우리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IT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활발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우리 IT산업계가 바라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학의 발전노력과 함께 산학간 활발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IT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업과 대학, 정부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우리 IT기업들이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