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새천년 첫해에 배운 교훈

◆곽수일 서울대 교수 (skwak@plaza.snu.ac.kr) 

 

 2001년 한 해를 보내며 지난 1년을 돌이켜볼 때 새로운 천년의 첫해인 2001년은 글자 그대로 불확실하고 위험의 신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하겠다.

 바로 1년 전 새해가 시작될 때 우리 경제는 7%선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됐고 신경제의 새로운 엔진인 하이테크 분야나 e비즈니스도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누구나 자신하고 투자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성장률은 겨우 2%선대를 이룰 것 같고, 하이테크나 e비즈니스는 코스닥의 침체와 더불어 이제는 마치 한 세상간 것 같이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기업에 첫번째 교훈을 주는 예다. 즉 최근의 변화는 단순히 과거의 연장이 현재나 미래가 되지 않는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무엇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세계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현실 상황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분명히 인식, 이러한 어려움이 단순한 어려움이 아니고 어떤 잔재주나 유행하는 경영기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겠다.

 한 예로 기업들이 과거의 연장이 오늘이나 내일이 된다고 생각할 때에는 흔히 ‘10년에 10배 성장’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과거의 연장선이 미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목표가 ‘새로운 여건에서 1등 기업이 되자’로 바뀌게 될 것이다.

 두번째로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새천년 첫해에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기업의 유전인자(DNA)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이 기업경영에서 구매·생산·영업활동에 새로운 체제를 구축시키며 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한 예로 PC를 조립하는 기업에서 부품재고를 모기업이 관리하기보다는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관리함으로써 구매체제를 바뀌어 놓고 있다.

 이 경우 모기업은 특정 부품이 어떤 속도로 소비되고 있는가 하는 정보를 부품공급업체에 제공함으로써 하청기업인 부품공급업체는 해당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구매체제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모기업이나 부품공급업체의 구매-공급체제를 기본적으로 바꾸어 놓게 되는데 일명 ‘기업의 유전인자’를 바꾸어 새로운 기업 모형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단순히 구매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생산이나 영업 분야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의 활동을 통해 생산-영업체제의 기본구조를 바꾸어 놓고 있다. 좋은 예로 델컴퓨터가 PC라는 평범한 공산품을 조립생산하면서 다른 경쟁자와는 다른 사업모형을 설계해 주문에서부터 배달까지 36시간에 가능케 함으로써 세계 PC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이는 기업의 구매·생산·영업구조를 정보통신기술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형을 설계해서 경쟁자를 물리친 것이다. 이때 델컴퓨터는 경쟁자와는 다른 유전인자로서 구성된 기업이 됐고, 그 결과 새로운 사업모형을 제시함으로써 어려운 시기인 올해에 전세계 PC시장에 1등으로 등극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따라서 새천년 첫해에 기업이 배워야 할 교훈은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을 통해 기업의 유전인자를 바꾸어 새로운 사업모형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해 현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영업·생산체제 등은 ‘끝남이 시작’된 체제들로서, 앞으로 기업경영에 가장 큰 과제는 새로운 구매·영업·생산체제의 설계를 통해 사업모형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모형의 변화는 기업의 경쟁행태도 바꾸게 된다. 즉 과거에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에서 1등 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노력해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 기업간의 경쟁은 시장점유율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서 새로운 기업모형과 사업모형을 통해 누가 더 큰 기회의 몫을 차지했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2002년 새해를 맞이하며 기업경영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목표도 바꾸어 보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모형도 변화시키며, 사업모형도 새롭게 설계해 다가오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신세계에 대처해야 하겠다.

 서울대 교수 skwak@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