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적자사태를 빚은 국내 부품업체들은 새해에는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동결하는 대신 연구개발 투자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LG이노텍·삼영전자·삼화전기·필코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부품업체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부품단가의 대폭 하락에 따라 악화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로 고수익 고부가가치 부품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반면 설비 분야는 최소한의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2003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6개 부품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300억원 늘어난 18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하고 연구인력도 200여명 늘어난 1850명을 확보한다는 새해 연구개발 강화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새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5.8%에서 6%로 높아지며 연구개발인력 비율도 16%에서 20%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기는 미국 조지아공대 기술연수와 사내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지금까지 일본에 집중돼 온 연구인력 확보선도 미주·중국 등지로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기는 내년 설비투자의 경우 올해 2800억원 수준으로 동결해 기존 설비의 유지 및 보수,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 업그레이드에 그칠 예정이며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도 중국 쑤저우(蘇州)에 계획중인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공장을 제외하고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대표 김종수)은 발광다이오드(LED)·레이저다이오드(LD) 등 광주공장의 광소자 등 신규 사업품목과 기존 제품을 고도화하는 연구개발에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릴 300억원 규모의 새해 연구개발 투자계획을 마련했다. 반면 이 회사는 지난해 450억원을 투입했던 설비투자비를 올해 300억원으로 줄였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표면탄성파(SAW)필터, 진동모터 등 정보통신부품에 700억원대를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도 광소자 생산설비 분야 등 450억원대를 투자해 지난 2년 동안 투자를 많이 했다”면서 “새해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신규사업보다는 기존 설비를 바탕으로 한 신제품 기술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는 일부 자동화 라인 확충계획을 제외하고는 고기능 저 임피던스 커패시터, 칩 커패시터 등 고부가 제품 개발에 올해와 비슷한 100억여원의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기존 커패시터 제품군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삼화전기(대표 서갑수)는 지난해에 비해 40억원 줄어든 60억원의 설비투자계획을 세운 반면 기술개발에는 두배 정도 늘어난 1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중국 톈진(天津) 법인의 생산량을 지금의 두배까지 늘리는 것 외에 이렇다할 설비투자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기능성 고분자 및 유기반도체, 전압제어수정발진기(VCXO) 등의 고부가 제품에 기술개발을 집중할 방침이다.
필코전자(대표 조종대)는 올해 15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내년도 올해보다 4억원 늘어난 15억원을 칩인덕터 등의 개발비로 투입할 계획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