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듈 조립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생산라인 신설 등 대 중국 투자전략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시장 공략만 놓고 보면 중국행은 당연한 수순이나 현재 중국에는 백라이트유닛(BLU)·컬러필터 등 인프라가 부족해 당장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대만 업체들의 대 중국 투자동향을 파악하는 등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만 업체들은 최근 대만 정부가 중국에서의 모듈 조립 공장 건설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앞다퉈 대 중국 투자를 선언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는 중화영관(CPT)이다. 이 회사는 최근 장쑤(江蘇)성에 월 20만개 규모의 LCD 모듈을 조립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내년 4월부터 본격 양산하는 데 이어 연말까지 생산규모를 월 50만개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AU옵트로닉스도 쑤저우(蘇州)에 건설중인 월 30만개 규모의 생산공장을 내년 3월까지 완공하고 2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스타디스플레이가 소속된 왈신그룹은 최근 난징 경제기술개발지역에 월 20만개 규모의 공장을 착공, 내년 3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며 한스타의 후공정 라인도 점진적으로 중국으로 이전해 총 60만∼70만개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와 퀀타디스플레이 등도 내년에 공장 착공을 검토중이다. 거의 모든 대만 업체가 중국으로 향하는 셈이다.
이는 최근 2∼3년 사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한 대만의 노트북·모니터 제조업체들을 따라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만 업체들은 엄청난 잠재수요를 가진 현지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조립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반면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국내 업체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린 ‘전자 사장단 전략회의’에서 향후 모듈 조립 공장에 대한 신규투자 방침을 언급한 것이 전부다. 이것도 중장기 계획일 뿐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대만 업체와는 달리 중국에서 노트북과 모니터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BLU·컬러필터 등 핵심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힘든 것도 중국행을 멈칫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과 LG필립스의 관계자들은 “우리는 5세대 라인 가동이라는 현안이 있어 중국 투자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지시장의 높은 잠재력 때문에 현지 노트북과 LCD 모니터 생산전망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대만 업체가 먼저 뚫어 인프라와 시장이 무르익으면 품질과 물량으로 승부한다.”
국내 업체들은 일단 이같은 전략을 세우고 상황을 지켜 볼 요량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