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 증시전망은 ‘맑음’.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10명이 전망한 올해 주식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이들은 올해 증시가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대세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거래소시장 기준, 1000 고지 탈환에 도전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엔화의 약세와 미 경기회복 속도 등이 주가상승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월드컵과 디지털 위성방송 시행 등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대선에 따른 정치권의 동향과 과도한 경기부양에 따른 파장 등은 증시에 부정적인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이 주가상승 견인=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은 모두 올해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 10인이 선정한 거래소시장 연중 고점은 최고 1000에서 850선으로 지난해 연말 종가 693.70보다 월등히 높다.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요소로는 경기회복과 유동성의 보강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이승용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저금리 기조하에서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2002년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점쳐볼 수 있다”며 “기업실적의 개선을 통해 주식시장도 꾸준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참여를 하지 않고 있는 국내 기관들의 매수여력이 풍부하다는 점(김석중 교보 상무, 이충식 SK 상무)과 외국인의 시각이 여전히 긍정적인 것(김주형 LG투자 상무) 등도 주식시장의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여전히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는 “주가수익률(PER)과 자기자본수익률(ROE)·EV/EBITDA 등 다양한 가치평가 결과 국내 기업들의 현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에 근접해 있다”며 “채권보다는 주식이 투자수단으로 월등히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엔화 급락는 올해 증시 상승의 최대 복병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또 국내 정치상황과 미국 경기동향 등도 국내 투자자들이 꼼꼼히 따져봐야 할 요소로 꼽혔다. 코스닥 기업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퇴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남우 삼성 상무)도 있었다.
◇IT경기 회복은 하반기부터=주가 상승을 이끌 정보기술(IT)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조용백 대신증권 이사는 “국내 IT경기의 회복시점은 반도체 경기의 회복시점과 그 궤를 같이 할 것”이라며 “국내 경제는 소비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에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회복속도와 본격적 경기회복 시점에서는 전문가들간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전반적인 IT재고 축소가 아직은 미흡해 본격적 경기회복 국면은 2003년 초에나 가능하다는 의견(하상주 대우 이사)과 함께 이미 반도체와 IT하드웨어 분야는 바닥을 쳤거나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남우 삼성 상무)도 있다. 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는 1분기에 바닥형성이 가능하고 수출단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여전히 국내 IT경기회복은 미국의 설비투자와 기업들의 회복시기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화된 세계경기 환경에서 미국의 성장과 수요 회복 없이 국내 경기의 독자적 회복만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IT경기 회복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최대 수입국인 미국의 과잉설비와 기업수익의 회복여부가 국내 IT경기에도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가장 많은 추천받아=리서치 센터장들은 올해 관심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IT경기 회복시 가장 큰 수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밖에 IT하드웨어 경기회복을 겨냥한 광전자·우영·태산LCD 등도 관심종목으로 꼽혔다. 내수 우량대표주인 SK텔레콤과 기업분할을 추진중인 LG전자 등도 복수 추천을 받았다. 코스닥에서는 올해 각광받았던 휴맥스·엔씨소프트·LG홈쇼핑 등이 여전히 관심종목군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이 기대되는 통신장비업종의 팬택·세원텔레콤 등과 성장성이 부각되는 XML관련주 씨오텍·유진데이타 등도 주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이 추천한 종목이다.
투자전략에 있어서는 연초에는 단기 급등부담과 엔화약세를 고려, 내수 관련주에 투자하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수출과 경기민감주로의 전환을 권고하는 의견이 많았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현재 확인된 기업 이익보다는 경기회복시 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형 LG투자증권 상무는 “현재 기업수익이 좋은 유통과 통신주 등 내수주에 집중하면서 점차 경기가 회복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호전될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수출관련 IT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