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IT백년대계를 세우자>굴뚝·벤처 다시 서자

 ‘위기가 아닌 구조조정의 시기다.’

 국내 IT산업 위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닷컴기업의 몰락은 ‘위기는 기회를 함께 동반한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즉 몰락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오프라인 영역을 꾀차며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있는 닷컴기업들이 분명 존재하고 특히 e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부각되고 있는 전통산업의 움직임은 분명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IT산업 위기론’에 제동을 거는 분명한 조류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부실한 닷컴기업의 몰락이 새로운 혁신과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는 과감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이미 IT가 기업경영의 전략적인 툴로 인식되면서 기업들도 IT에 보다 합리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결국 산업의 안정적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역시 IT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을 전통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IT 지원정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그 결과가 ‘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을 끌어내는 동시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벤처지원 정책을 강화해 기술력있는 닷컴기업들의 생존을 지원할 계획이다.

 ◇닷컴기업의 자리를 대신한 전통기업=지난해 4월 국내 반도체 및 컴퓨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며 IT 경기의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한해가 마무리 됐다. 지난 수년간 전세계 경기를 주도해 왔던 IT부문의 이같은 조정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은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그 틈새에서도 기업들의 회생노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포털·B2C·B2B 등 닷컴기업 형태로 먼저 부각된 이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이 정리되는 대신 오프라인 기업들은 구매조달 및 자재관리 등 기업경영 혁신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전자입찰시스템(e프로큐어먼트)에 기반한 온라인 구매를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구매조직을 분사, 아웃소싱을 선택하는 등 기업들의 프로세스 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은 선진형 창고관리시스템에 기반, 자재관리의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독립 e마켓을 이용해 e마켓 시장이 기반을 잡을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를 지나며 뚜렷이 나타난 오프라인 기업들의 움직임은 올해도 향후 기업의 e비즈니스 차원에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해외 사업장의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기업도 업종을 막라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해외 전 사업장을 묶어 국내 시스템과 연동하는 ERP 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한국타이어·현대건설 등이 동참하고 있다.

 ◇전통산업 고부가가치 첫걸음 인력양성부터=산자부가 e트랜스포메이션을 향한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고급인력 10만명 양성’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즉 첨단 IT 품목 선정과 함께 전통산업 분야의 고부가가치화를 주도할 고급인력 양성을 정책적으로 지원, 기업의 e트랜스포메이션에 힘을 실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05년까지 10만명의 전통산업 기술인력들이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1000억원을, 대학의 공학교육을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게 쇄신하기 위한 사업에 총 4000억원을 각각 지원하고 산·학·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다양한 정책포럼을 통해 상시적인 산업기술인력 수급 방안이 마련된다.

 또 생산기술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요업기술원·한국과학기술원·대학 등에 첨단염색·자동차부품·마이크로 로봇·신발·화공 등 20개 분야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고품질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공과대학에 대해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사장 이기준 서울대 총장)이 교과과정을 인증하고 인증받은 대학에는 정부 프로젝트 추진시 우선참여권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공학교육인증사업도 확대한다.

 산자부는 산·학 협력기반 구축을 위해 테크노파크·지역기술혁신센터·대학산업기술지원단 등 산·학 협력기반구축사업에 2005년까지 38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박스> 벤처를 살리자  

 버블론 이후 곤두박질친 벤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21세기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부처별로 전문분야 육성을 표방하고 이뤄진 이같은 자금지원 정책, 특히 투자조합 출자를 통한 간접지원은 벤처기업의 양적 성장은 물론 특정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도 정통부(IT), 산자부(부품·소재), 문화부(문화콘텐츠)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육성 정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보통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미국 테러사태 이후에만 정부 재원 710억원을 포함, 1770억원 규모의 IT전문 투자조합을 추가 결성했다. 특히 이전까지의 일반 IT전문 투자조합 말고도 3000만달러 규모의 한·중 무선기술 벤처펀드와 2000만달러 규모의 한·인도 IT 협력펀드 등 지역별 특화펀드도 결성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정통부는 창업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IT 인큐베이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IT 인큐베이터와 벤처캐피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120억원(정통부 60억원 포함)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중에 있다.

 ◇부품·소재=산업자원부는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완제품에서 부품·소재 산업으로 바뀌는 데 따른 실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소싱이 가능한 스타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하에 부품·소재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201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부품·소재산업에 2조원을 투입해 세계 일류의 부품·소재기업 150개를 육성하고 산업계의 수요가 높은 200개 기술개발 과제 가운데 기계·전기·전자·자동차·금속·화학·섬유 등 7개 업종 50개 핵심부품·소재의 기술개발을 시작으로 매년 50개씩 집중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미국·일본·독일 등지의 선진 부품·소재기업 200개사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매년 50개의 ‘리딩컴퍼니’를 지정,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민관매칭펀드를 통해서만 지난 2000년 1735억원, 지난해 1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화콘텐츠=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마치 금광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향했던 서부개척 시대를 연상케 한다. IT경기 침체 이후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벤처캐피털들이 포스트 IT로 문화콘텐츠를 지목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게임조합 150억원, 문화콘텐츠투자조합 330억원, 음반조합 350억원, 디자인조합 100억원 등 총 930억원에 달하는 문화콘텐츠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했다.

 또 사단법인 문화콘텐츠투자기관협의회를 결성, 이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조직적인 투자분위기를 조성, IT와 부품·소재 등에 뒤져 있던 문화콘텐츠를 단숨에 최고의 투자유망 분야로 만들었다. 내년에도 1000억원 이상의 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같은 정부기관의 지원은 가사상태에 빠져들던 벤처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얼어붙은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심리를 완화시켜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을 완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회복 움직임과 더불어 이같은 부처별 벤처육성 정책이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가 고수해 오던 직접 지원이 아닌 벤처캐피털을 통한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더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