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 이조원
산업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20세기 초반에는 제철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철강산업이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트랜지스터의 개발로 실리콘 기술이 산업을 선도했다. 이렇듯 50년을 주기로 산업의 핵이되는 하나의 기술이 개발되고, 산업을 주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어떤 과학·기술이 발전되어 전체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그것은 바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단위에서 출발하는 나노기술이다. 왜 나노기술인가.
우선 2010년께에는 현재보다 1000배 이상 성능이 우수한 반도체가 있어야 진정한 IT혁명(인공지능)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은 이미 기술적 제조상의 한계에 달하고 있으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나노기술 뿐이다.
둘째로 나노 단위에서 물질을 조작하면 새로운 기술 및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 셋째로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오는 2025년에는 85억명 정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원고갈이나 환경오염 문제를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석유는 40년 내에, 천연가스는 60년 이내에, 석탄은 이제 230여년 밖에 여유가 없다.
나노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때 우리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또 나노기술을 부품에 적용하면 공간도 작아지고 빠르며 자원이 적게들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생명체와 무생물체의 결합에 의한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신기능이 나올 수도 있다. 나노기술은 모든 분야간 융합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술적인 혁명을 가져오는 최초의 분야다. 180도 리사이클도 가능하다. 이제는 쓰레기가 우리 앞의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자원이 되는 날이 올 수 있다.
나노기술의 분야별 전망을 보면 나노 칩에 의해 포켓형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고, 두루마리형 플랫패널 디스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으며, 재료 및 소재에서 보면 무가공 실형상재료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자가진단 건축재가 나와서 더 이상 성수대교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으며, 마이크로 우주선에 의해서 ET와 조우할 수 있고, 초고효율 태양전지가 나와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무기가 등장하고 의료 및 건강, 인공피부 등 의학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21세기 삶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산업이 나노기술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거대시장 형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나노기술에 막대한 연구비를 국가차원에서 매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마련, 전략적으로 필요성이 높은 전자소자와 장비, 바이오 등 5개 분야 및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촉매용 소재, 오염제거기수 등 10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10년 동안 1만2600명의 인력을 육성키로 했다.
나노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학문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재료공학 등 각 분야별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이들 분야의 학문적· 기술적 한계는 나노스케일에서의 이해와 응용을 불러왔으며 결국 모든 분야가 나노라는 영역 하나로 융합·통일화되고 있다.
나노기술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문간 벽을 허물고 학제간 연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례로 이제 보건 및 의학은 의대나 약대 출신의 독점분야가 아니다. 물리·재료·화학·전자공학 등이 결합되어 나노기술을 구사해야 우리가 꿈꾸는 의료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나노기술이야말로 21세기 변화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 퓨전과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