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나노기술 현장을 찾아서>(1)좌담회-나노기술의 미래 산업적 응용전망

 나노기술(NT)은 21세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키워드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독일·스위스 등 선진 각국에서는 미래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NT에 대한 투자를 매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부·산업계는 물론 대학에서 NT 연구 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대학 가운데 나노 기반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MIT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나노 규모의 전하와 스핀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머저비 박사, 자가디시 무데라 박사, 다우 몬수마 박사 등 전문가 3명을 초청해 MIT대학 나노연구실에서 NT의 미래산업적 응용 전망과 한국의 NT 개발 방향에 관한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 3명의 나노 전문가는 NT가 직접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마그네틱 메모리(M램)와 양자(퀀텀)컴퓨터·마그네틱 센서 등이며 이들 제품의 프로토타입은 이르면 5∼7년 안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전문가는 스핀트로닉스를 이용한 M램과 NT의 궁극적 목표인 양자컴퓨터 개발 가능성과 10년 내 나노 관련 소자제품의 시작품들이 우리 실생활에 파고들 것으로 예측하면서 범국가적 NT 개발 지원과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날 좌담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소자연구센터장인 임상호 박사가 사회를 맞아 진행했다. 편집자

 

 ◇참석자

 로버트 머저비 박사(미국 MIT대학 프랜시스비터마그넷연구실 고문)

 자가디시 무데라 박사(미국 MIT대학 프랜시스비터마그넷연구실장)

 다우 몬수마 박사(미국 하버드대학 메소스코픽물리학연구실 선임연구원)

 사회=임상호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소자연구센터장)

 ◇장소:미국 MIT대학 나노연구실

 

 △사회(임상호 박사)=현재 세계 IT업체들의 나노기술(NT)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또 NT를 이용해 만들수 있는 소자나 기기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될 제품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얘기해주십시오.

 △무데라 박사(미국 MIT대학 프랜시스비터마그넷연구실장)=IBM과 모토로라 등 세계 유수의 거대 IT기업들이 현재 생산되는 상품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NT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IT산업의 총아로 여기고 있는 반도체산업에서도 얼마나 작은 크기로 반도체를 만들어 기기의 크기를 줄이는가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D램과 S램·F램 등 기존 방식의 반도체들은 크기가 작아지면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IT업체들은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몬수마 박사(미국 하버드대학 메소스코픽물리학연구실 선임연구원)=새로운 개념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자성체의 스핀현상을 이용해 메모리와 센서·정보저장 등에 이용하려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입니다. 스핀트로닉스는 학문적 측면과 깊이 연계돼 있지만 최근에는 산업계에서 응용적 측면을 강조해 스핀트로닉스 소자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연구 분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자성체의 자기적 특성을 좌우하는 원자 스핀간 상호작용 거리가 바로 수나노미터(nm)에서 이뤄집니다. 이 상호작용 거리에서 자성박막의 인위적인 제조가 가능하게 되고 인공으로 만들어진 물질에서 기존 자성체의 100배 이상의 거대자기저항(GMR) 등이 발견되면서 이 현상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IBM은 이런 스핀을 이용해 마그네틱 메모리(M램) 개발에 들어갔으며 기존 메모리 소자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M램은 전류가 교차하는 정크션(junction)에서 루트2 배의 자기장이 발생하고 이와 같은 정크션은 400도의 온도까지 견딜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M램은 기존 D램이나 S램이 소형화됐을 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더욱 빠른 스위칭 속도를 나타냅니다.

 △머저비 박사(미국 MIT대학 프랜시스비터마그넷연구실 고문)=스핀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바로 작은 프로세스로 큰 효과를 얻고 소자의 초소형화를 통해 기기도 초소형화 할 수 있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 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스핀트로닉스를 비롯한 나노의 개념을 산업에 도입하려면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모든 생각과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해야 합니다. 소니·후지츠·시게이트 등 메모리와 저장장치산업과 관련된 기업 경영진은 나노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일류기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NT는 지금의 컴퓨터 용량을 엄청나게 크게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바로 이 개념이 양자(퀀텀)컴퓨터로 이어집니다.

 반도체회사들은 NT를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소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결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스핀트로닉스를 이용하게 되면 기존 반도체와 같이 도핑이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으며 메탈 원자를 이용해 직접적인 연산과 메모리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핀 유지시간(라이프 타임)은 상대적으로 짧으며 스핀은 전자에 비해 방사선 등 외부조건에 의한 영향을 적게 받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보다는 메탈이 소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메탈은 스핀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어 이를 이용해 나노 규모에서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메탈 원자를 이용하면 또 일반적인 물리효과와 다른 퀀텀효과에 의한 소자 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특히 스핀과 메탈의 특성을 잘 조합하게 되면 우수한 특성을 갖는 소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회=이제 이런 우수한 성질을 이용한 소자나 기기가 언제 우리 실생활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인지 전망을 해보죠. 그리고 NT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산업체나 연구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조언을 해주시죠.

 △몬수마 박사=스핀트로닉스를 이용해 만든 M램은 빠른 스위칭 스피드로 플래시메모리가 쓰이는 디지털카메라와 PDA·MP3플레이어 등 휴대형 기기의 처리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우리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 NT 응용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핀트로닉스를 응용해 만든 제품 중 현실화가 가능한 아이템은 앞에서 언급한 소형 메모리 디바이스에서 마그네틱 센서·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리드 헤드 등이며 NT의 상용화가 10년 내에는 걸음마를 넘어 상품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터도 10년 후에나 개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양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 미리 등장해 반도체에 대한 개념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머저비 박사=NT를 산업화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일입니다. 또 화학과 전자학·물리학 등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배타성을 버리고 학문간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연구에 치중해야 합니다. 이는 NT 산업화에 있어 기본입니다. 한국이 NT 산업화에 앞장서려면 무엇보다 인재 양성과 기초과학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는 정책에다 일반인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무데라 박사=학계의 연구보다는 산업적 연구가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NT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반은 인적 자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지닌 인적 자원이 함께 투입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NT를 보다 빨리 성장시킬 것입니다.

 또 NT는 물리화학 등 기초기술이 바탕이 되는 기술로 오랜 기간 안정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미국은 내셔녈사이언스펀드(NSF)를 통해 다양한 센터를 설립하는 등 3∼5년의 연구기간을 최소한 보장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NT 발전을 위해서도 범국가적 지원과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보스턴=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나노기술의 권위자 3인의 연구업적

 ◇로버트 머저비 박사는 NT의 근간이 되는 스핀트로닉스의 대가다. 전자가 갖고 있는 전하와 스핀 성질 중 스핀의 이동상태를 연구해온 머저비 박사는 영하 269도 정도의 저온에서 메탈이나 슈퍼컨덕터에 있는 스핀이 어떻게 이동하는가를 연구하고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스핀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박막구조를 만들었다.

 ◇MIT대학 프랜시스비터마그넷연구실장인 자가디시 무데라 박사는 로버트 머저비 박사가 저온에서 밝혀낸 스핀터널링 현상을 지난 95년 상온에서 규명한 인물이다. 무데라 박사는 지난 95년 5㎚의 철과 니켈의 합금 사이에 2㎚의 부도체인 알루미나를 적층한 후 열잔류자화(熱殘留磁化, TRM:Thermo-Remanent Magnetization) 터널링형 자기저항을 상온에서 이뤄냈다. 이 연구는 NT를 이용한 상용화 제품으로 가장 높은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는 마그네틱 메모리(M램)와 자기재생 헤드, 초고밀도 자기기록용 재생센서 등의 기본이 되는 이론이다.

 ◇하버드대학의 메소스코픽물리학연구실 선임연구원인 다우 몬수마 박사는 IBM에 근무하던 지난 95년 세계 최초로 스핀을 이용한 스핀트랜지스터를 만든 인물이다. 몬수마 박사는 현재 스핀트로닉스를 메모리와 논리소자에 이용해 퀀텀컴퓨터에 응용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