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의 기술발전속도는 다른 산업부문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얼마전까지 인구에 회자됐던 IT기술이 한순간에 구닥다리로 전락하는가 하면, 좀처럼 현실화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새로운 첨단기술이 꿈틀꿈틀 IT세상에 명함을 내민다. 이렇게 등장한 IT기술은 어느덧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올 한해 국내 IT업계를 움직일 주요 기술과 제품의 흐름을 짚어봤다.
◇제3의 PC가 뜬다=데스크톱PC·노트북PC로 양분돼온 PC시장에 태블릿PC라는 새로운 제품이 탄생,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저가경쟁이 치열한 데스크톱PC시장보다는 노트북PC시장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PDA시장도 영향권내에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트북PC와 PDA의 협공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역사속에 사라지는 주변기기=인텔·비아·시스 등 주요 칩세트업체들이 올 상반기안으로 오디오는 물론 웬만한 그래픽기능까지 모두 지원하는 통합칩세트를 출시키로 함에 따라 그래픽카드의 생존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PC에서 보급형 사운드카드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픽카드의 역할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조기억장치의 대명사였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도 마찬가지다. 점차 보조기억장치의 저장용량이 대형화하고 인터넷 곳곳에 저장공간이 마련되면서 FDD의 역할이 거의 없어졌다. 아쉽긴 하지만 플로피디스크도 이제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버추얼스토리지=올해 스토리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재해복구솔루션이 최대 화두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스토리지업계에서는 ‘버추얼스토리지기술’이 시선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소개되기 시작한 버추얼스토리지기술은 각각의 서버에 실제 저장장치가 있는 것처럼 가상의 저장장치를 설정, 리소스(데이터)를 공유하는 기술. 선발주자인 한국스토리지텍·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 등은 물론 대부분의 관련업체가 이 기술을 도입한 솔루션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BCP=24시간 비즈니스 상시운용체계로 불리우는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가 올해 IT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BCP는 재해·재난에 처한 시스템의 운용 복구나 데이터의 백업 및 원상회복이라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고객서비스의 지속성 보장, 고객신뢰도 유지, 핵심업무기능 수행의 연속성을 위한 신속한 절차와 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법론이라는 의미로 폭넓게 해석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솔루션도 중대형컴퓨터업체와 시스템통합(SI)업체, 전문컨설팅업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웹서비스=올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IT업계의 화두는 단연 웹서비스 경쟁이다. MS·선·IBM 등을 중심으로 오라클·BEA·HP 등 모든 IT업체가 차기 IT모델로 떠오르는 웹서비스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는 전략발표를 통한 기선제압과 닷넷·J2EE 등 기술적 우위를 앞세운 이미지전의 성격을 띠었지만 올해는 업체마다 실제 시장에서 고객사·협력사·개발자를 대대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세력전으로 경쟁의 양상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 비주얼스튜디오닷넷 정식버전, 윈도닷넷 플랫폼, 닷넷마이서비스, 선 J2EE 1.4 스펙 등 올해는 한층 다양하고도 구체화된 웹서비스제품군이 등장, 개념에 머물던 웹서비스가 현실적인 IT아키텍처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밖에 닷넷진영과 J2EE진영 어디에도 편입되지 않으면서 제3의 업체로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IBM의 행보도 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CBD=올해 눈여겨 볼 IT트렌드로 컴포넌트기반개발(CBD)이 꼽힌다. CBD는 이론적으로는 이미 수년전 국내에서 한차례 선풍이 불었지만 실제 IT프로젝트에서 CBD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올해가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수출입은행 등 지난해 CBD를 도입한 고객사의 성과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업종·업무로 확산될 전망이며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CBD를 구현하는 사례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컴포넌트컨소시엄(KCSC)에서는 올해 정부기관의 정보화 프로젝트시 CBD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담당자 교육과 CBD추진협의회 구성을 주도하는 등 이 부분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콜센터와 CRM기술 접목=이제까지 콜센터라고 하면 전화에만 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e메일이나 웹으로 들어오는 고객문의는 다른 부서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올해는 콜센터와 고객관계관리(CRM)기술이 접목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전망이다. 전화·e메일·웹·무선인터넷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합관리하고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상이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고객서비스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업종 특성상, 금융권이 이런 분위기를 견인할 전망이다. 실제로 KRG가 43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객관리업무 중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통합처리능력 부족(66.7%)을 지적했으며 도입예정인 CRM솔루션으로 마케팅과 영업 통합(27.9%), 마케팅과 서비스 통합(25.6%) 솔루션을 지목해 채널통합에 올해 높은 비중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IT아웃소싱 사업방식 다양해진다=서비스단계별 접근과 합작사 설립, 민자투자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IT아웃소싱사업이 국내 시스템통합(SI)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시스템과 교통정보유통사업 등 IT분야의 대규모 민자사업이 잇따라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