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조립PC의 규격과 가격을 상세하게 공개했던 조립PC 업계가 최근 들어 구체적인 규격 및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의 조립PC 매장에는 부품시세의 급변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11×만원대’ ‘9×만원대’ 등으로 대략적인 가격만을 표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
이처럼 가격을 대충 표기하는 것은 최근 잇따른 부품가격 상승으로 정확한 가격을 명기해놓을 경우 자칫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텔 펜티엄4 1.5㎓ CPU는 지난 11월 한 때 일주일 만에 1만원 이상 오르내린 일이 있었으며 지난달 27일부터는 메모리 시세가 2배 가량 껑충뛰어 조립PC의 원가부담이 2만∼3만원 늘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매장입구의 홍보전단(POP)에 조립PC 가격을 대략적으로만 표시해 놓고 구체적인 가격은 그날그날의 부품시세를 반영한 별도 견적서를 통해 제안하고 있다.
POP의 내용을 미처 바꾸지 못한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최근 잇따른 부품가격 인상으로 실제 조립비용은 POP의 표기내용보다 몇만원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명하고 있다.
나진전자월드에서 조립PC 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사장은 “메모리와 CPU시세가 워낙 들쭉날쭉해 정확한 가격을 표기했다가는 자칫 손해보기 십상”이라며 “그렇다고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고를 많이 유지하는 것도 위험해 90만원대, 110만원대처럼 대략적으로 가격을 정해놓고 그날 그날의 부품시세를 반영해 견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립PC 업체들은 조립PC에 장착하는 부품도 시세를 반영해 탄력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DDR 메모리의 가격이 올라 SD램 모듈을 선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성능대비 가격경쟁력이 좋은 DDR·램버스 D램 모듈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편 일부 조립PC 업체들은 이를 악용, 소비자에 따라 적당히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