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처럼 IT 문화 역시 부작용을 수반한다. 게임 중독증이나 통신상의 언어 파괴, 음란 사행 폭력성을 갖고 있는 콘텐츠의 대량 유포 등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부작용이다.
특히 최근들어 정보사회의 급진전과 함께 IT 문화의 향유층이 청소년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되면서 IT 문화의 폐해는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사회 국가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인간 소외,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로 대표되는 각종 사회문제는 그 파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나마 간접적이고 덜 위협적이다. 크래킹과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 등 각종 컴퓨터 관련 범죄는 정보사회의 전체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공할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범죄와 연결되는 부작용=IT가 발전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작용은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에 따른 파괴 범죄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역사를 같이한 컴퓨터 바이러스는 인터넷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형태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 확산 속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이에 대한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이제는 개인에서부터 집단, 국가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는 특히 웜 형태의 바이러스가 어느해보다 기승을 부렸으며 그 피해규모도 가장 컸다.
이외에도 빠르게 확산되는 부작용들로는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에 발맞춰 늘어나고 있는 개인 정보의 유출과 유용, 사생활 침해, 폭력·음란물의 대량 유포 등을 들 수 있다. 크래킹 기술의 보편화로 일반인들도 손쉽게 인터넷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유포, 판매하는 등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또 연예인들의 개인적인 성생활을 찍은 몰래카메라가 한동안 사회문제화됐으나 최근들어 그 범죄대상이 점차 일반인에게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범죄가 양산되고 있다.
◇사회적·윤리적 부작용=대인 접촉 기회가 줄어들면서 비인간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초고속 인터넷과 PC방 등의 확산에 따라 과도하게 온라인 게임과 채팅 등에 빠져든 경우 실질적인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질환마저 발생하고 있다. 또 가족간 대화시간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가족의 개념이 점차 파괴되는 등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적인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 타인에 대한 정보를 악용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윤리적 무감각증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커다란 병패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화가 확대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정보의 격차’도 심각한 부작용의 하나로 꼽힌다. IT 정보화가 대도시와 고소득층에 집중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이에 따른 정보격차로 인한 상대적인 빈곤감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는 개인·지역·계층간 갈등을 야기시켜 결국 한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IT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국민인식=한국정보문화센터(ICC·소장 김봉기 http://www.icc.or.kr)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1만여 가구주와 가구구성원을 대상으로 연구조사한 ‘2001 국민 정보생활 및 격차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정보화에 따른 역기능의 증가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CC는 급속한 정보화 부작용에 대해 사생활 침해·지적 재산권 침해·해킹·시스템 고장에 따른 사회적 혼란·폭력과 외설물·가치관 혼란·대인간 접촉기회에 따른 비인간화 현상·지역과 계층간 불균등한 정보소유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 8가지 부문별로 응답자들의 증감여부에 대한 예상견해를 측정했다. 정보화 역기능 중 가장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항목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90.1%)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분포도를 살펴보면 30대(93.3%), 화이트칼라(94.3%), 고학력일수록 사생활 침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들은 사생활 침해에 이어 폭력과 외설물의 범람(88%), 바이러스와 해커 등에 의한 정보파괴(87%), 자료와 프로그램 절도에 의한 지적재산권 침해(85.8%) 순으로 정보화 역기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CC가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피해여부를 별도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인터넷 이용자의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 경험률은 22.1%로 인터넷이용자 10명 중 2명 이상은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 경험자의 평균 피해 횟수는 2.6회였으며 1회 피해경험 비율이 47.3%로 가장 높았다. 또 4회 이상 피해 횟수 비율도 14.6%로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 경험자 10명 중 1.5명은 매달 바이러스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ICC는 정보화의 주요 부작용의 하나인 정보격차에 대해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에도 가구와 개인별 정보기기 보급과 이용격차 등에 따라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인 ‘국내외 정보화·정보격차 관련 자료집’에 따르면 컴퓨터 보급률과 인터넷 접속률 등으로 측정한 국내 지역별 정보화 수치는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에 집중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의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정보화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 연령·직업 등 사회적 여건과 지역적·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정보소외 계층이 나타나고 정보격차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ICC는 정보이용이 기본 생활방식이 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격차가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를 야기해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정보격차는 국가적으로 인적자원 공급이 제한되고 사회복지비용 등이 증가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