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업체들이 바이러스 감염의 주범으로 오해를 받아 신년 벽두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는 고객의 항의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항의 내용은 백신업체가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전자우편을 보냈다는 것. 고객들이 받은 바이러스 전자우편의 발신지는 백신업체의 웹마스터로 돼 있다. 바이러스 방지에 앞장서야 할 백신업체가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니 고객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로 밝혀졌다. 백신업체들은 고객의 항의가 빗발치자 서둘러 진상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 오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객에게 보내진 바이러스는 지난 연말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님다 바이러스 변종이다. 이 바이러스는 발송자의 전자우편 주소를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캐시 폴더에 저장된 임의의 주소로 선택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발송자 주소로 바이러스 감염자 자신이 아니라 감염자가 본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자우편 주소가 선택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백신업체의 홈페이지를 본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발송자는 해당 업체 웹마스터가 된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의 관계자는 이번 해프닝에 대해 “님다 변종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이같은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님다 변종이 나타난 지 두달이 넘었는데 아직 컴퓨터 사용자들이 이 바이러스의 치료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님다 변종 바이러스는 전자우편 프로그램의 주소록이나 사내 네트워크,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확산된다. 회사 내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가운데 한 대만 감염되면 순식간에 회사 전체로 번진다. 사용자가 자신의 백신으로 컴퓨터를 치료하더라도 한 대라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으면 다시 확산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