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OECD가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는 흥미있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OECD는 최근 발간한 ‘한국경제검토보고서(OECD Economic Survey:Korea)’에서 한국의 IT산업은 지난 98년 이후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OECD보고서는 한국의 정보통신기술부문이 산업생산 및 공장가동률을 증가시켰으며, 이는 투자증가를 유도해 IMF체제와 함께 시작한 98년 이후 경제위기 탈출을 위한 동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97년말 IMF체제라는 국가부도상태에서 집권한 김대중(DJ)정부는 IT와 함께 불뚝 일어선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DJ정부의 IT성공사례는 엄밀히 지적하면 IT인프라정책에서 비롯됐다.
DJ정부의 IT산업발전은 먼저 PCS 상용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CDMA 내수에서 시작됐다. 수조원을 투자해 98년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PCS는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유도했고 이는 단말기·중계기 등 CDMA산업의 팽창을 가져왔다.
98년 7월부터는 두루넷·하나로통신·한국통신 등 유선사업자들이 전인미답의 초고속인터넷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했고 이는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장비산업, 인터넷 관련 신산업의 창출을 이끌어냈다.
주목되는 사실은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IT산업부양을 가져왔던 CDMA나 ADSL 등 초고속인터넷이 한국을 이동통신 및 초고속인터넷 강대국으로 자리매김케 했다는 점이다.
CDMA는 PCS 상용화 4년만에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 반도체에 이은 최대 수출전략산업으로 부상했고 인터넷 대중화 및 IT벤처열풍을 유도했던 초고속인터넷 투자는 세계 주요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DJ정부 스스로가 최고의 치적으로 꼽는 한국의 IT는 지난달 DJ의 유럽순방 정상외교에서 빛을 발했다.
영국·노르웨이·헝가리·유럽의회를 잇는 DJ의 유럽순방일정에서 IT는 외교의 핵심이었고 해당국과의 주요 외교 의제였다. 특히 20분간 진행된 DJ의 유럽의회 연설 절반은 IT였다. 과감할 정도의 IT인프라투자정책이 DJ정부 IT정책의 핵심이자 요지였으며 성공이유였다.
그러나 DJ정부의 IT인프라정책 성공은 사실 과거 정부의 통신인프라정책에서 비롯된다. 지난 81년 전두환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달리 통신산업의 자립화를 통한 산업전자 육성정책이라는 모험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기업이 꿈도 꾸지 못했던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오명 당시 차관이 진두지휘했던 TDX 개발 프로젝트는 240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으며 이는 결국 국산 TDX 개발로 이어졌다. TDX프로젝트의 성공은 2200만회선의 전화망 구축이란 통신망 고도화로 이어졌다.
DJ정부의 신화로 꼽히는 ADSL의 성공은 TDX프로젝트의 후속작품이다. 전두환 정부의 TDX는 이어 4MD램 개발, 국산 중형컴퓨터 개발, 행정전산망 구축 등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오늘날 IT코리아의 밑바탕이 됐다.
무선인프라의 고도화를 상징하는 CDMA는 노태우와 김영삼 정부의 노력에 기인하고 있다. ETRI-퀄컴간 CDMA 공동개발(91년), 신세기통신 상용화(93년), PCS사업자 허가(96년)로 이어진 CDMA 이동통신 상용화 과정은 당시에도 모험에 가까운 투자였으나, 결국 성공으로 이어졌다.
더욱 주목받는 사실은 CDMA 개발 성공 및 과감한 인프라 투자가 수출 제로상태의 통신산업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급기야 수출 100억달러의 CDMA산업을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김영삼 정부 하에서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고도화계획을 입안, 체계적인 통신망투자정책을 가능케 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