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는 프로슈머(prosumer) 기업만 살아 남는다.’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 주체의 역할이 상호 융화되는 이른바 프로슈머 바람이 불고 있다.
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HP 등 외국계 업체를 비롯해 한글과컴퓨터·한컴리눅스·안철수연구소·나모인터랙티브·아이티플러스 등 국내 IT업체들은 최근 단선적인 공급자로서만이 아닌 프로슈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판매·마케팅·고객접점·내부시스템 등 각 업무 부문을 이에 맞게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종 생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모니터 요원과 베타테스터를 두고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가 하면 수요자가 주체가 되는 사용자그룹 및 커뮤니티 개설을 적극 유도해 이 결과물을 자사 공급활동에 접목하는 움직임을 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최종 상품의 형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셀프서비스 개념을 제품에 반영하고 기업 스스로가 자사 제품의 내부 소비자가 돼 고객 지향적인 생산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사용자가 직접 만든 기능을 자사 상품 기능으로 흡수하거나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사례들도 점차 늘고 있다.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은 비즈니스 각 부문에 프로슈머 개념을 적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라클은 고객사가 사용하고 있는 각종 우수한 제품기능을 적극 발굴, 이를 본사 제품의 정식 모듈로 탑재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사용자 지향적인 제품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에서 사용하고 있는 철강업무 관련 기능모듈을 본사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에 탑재해 글로벌하게 판매하면서 다른 철강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한화·LG전자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능도 본사 제품 사양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대표 김근)는 5000여명에 달하는 ‘아래아한글을 사랑하는 동호회원’을 대상으로 베타버전을 배포, 이들이 직접 사용해본 후 나오는 문제점을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 밀착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개발에서 베타테스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신 제품인 아래아한글2002 개발에서는 처음으로 출판사 관계자·교수 등으로 이뤄진 전문 베타테스트 그룹을 만들어 유료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대표 박흥호) 역시 800여명의 웹 전문가들로 구성된 나모전문가그룹(NEG)을 운영하면서 프로슈머 기업으로서의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영어 버전의 경우에는 영어권 사용자의 성향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300명의 외국인을 베타테스터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도 데스크톱 백신은 10여개의 앤티 바이러스 동호회를 통해, 서버용 백신은 고객사에 무료로 설치한 후 직접 운용해보는 방식으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국썬(대표 이상헌)은 지난해 말 아이플래넷 포털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자사 직원들이 스스로 사용자가 된 직원 포털인 썬닷넷(http://www.sun.net)의 사례를 들면서 프로슈머 기업의 면모를 내세우고 있다. 썬은 아이플래넷 기반의 썬 포털 구축을 통해 투자대비효과(ROI)가 5년에 걸쳐 약 316%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것이 다른 고객사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며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티플러스(대표 이수용)는 지난해 자사 비즈니스와는 별개로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인 자바랜드를 인수해 운영을 대행하면서 프로슈머 기업에 한발짝 다가섰다. 이같은 커뮤니티가 개발자와의 접점을 넓게 확보함으로써 소비자·사용자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지난해 웹 개발자 커뮤니티 구성에 이어 올해 들어 오픈뷰 사용자그룹을 위한 커뮤니티를 개설해 사용자를 위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밖에 한컴리눅스(대표 박상현)는 스스로 리눅스 사용자 기업을 자처하며 모든 전산시스템을 리눅스로 전면 교체해 이 같은 경험을 사용자와 공유하면서 프로슈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