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확정한 한글 키워드 서비스 표준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글 키워드 서비스 업체 넷피아측은 이번 표준안이 자체 개발한 네임서버를 통한 서비스 모델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다국적 키워드 서비스 업체 리얼네임즈는 “이는 사용자가 키워드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명시한 것뿐”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두 업체가 대립한 가운데 정작 해결의 열쇠를 쥔 TTA는 이번 표준은 특정업체의 손을 들어 주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한글 키워드 서비스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장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라며 핵심을 피해 나가는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TTA조차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표준의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 2001년 12월28일자 1면, 3면 참조
◆넷피아의 ‘선공’=넷피아는 TTA가 제25차 총회에서 확정한 ‘인터넷 키워드 서비스용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과 키워드 네임 서버간 연결 표준’의 골자는 한글 인터넷주소 방식에서 ‘이용자가 인터넷 키워드 주소를 질의할 때 해당 객체 주소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용자가 지정한 네임서버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이는 자사가 제안한 모델을 그대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결국 한글 키워드는 리얼네임즈가 주장하는 방식처럼 특정 웹브라우저에 기반한 서비스가 아닌 인터넷임대서비스(ISP) 사업자의 네임서버 방식에 기반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넷피아측은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장해 온 브라우저 중심 서비스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넷피아의 한글 인터넷주소가 사실상 국내 인터넷키워드서비스 표준이라고 손을 들어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얼네임즈의 ‘반격’=넷피아 주장에 대해 리얼네임즈는 TTA가 확정한 표준을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리얼네임즈측은 마치 넷피아의 키워드 서비스 기술이 표준안으로 확정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로 TTA에서 표준안으로 확정한 것은 이용자가 키워드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라고 반박 자료를 배포했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과 키워드 네임 서버간의 연결방법 표준’ 어느 항목에서도 인터넷 키워드 서비스는 키워드 네임서버 방식으로만 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단지 ‘키워드 네임서버 방식’을 사용할 때 이용자가 여러 키워드 네임서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KT·하나로통신 등 ISP에서 강제적으로 넷피아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 이용자가 선택 폭을 넓혀 주었다고 넷피아와 크게 다른 해석안을 내놓고 있다.
◆TTA의 ‘어정쩡한’ 입장=이 같은 상반된 주장에 대해 정작 표준을 확정한 TTA는 표준이 특정업체 일방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원칙론만 고수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TTA측은 표준은 전문위원의 소관이며 기술개발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원론 수준으로 일관해 정작 핵심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상황. 여기에 표준을 확정한 배경이나 자국어 키워드 분야에서 국내 표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어 다분히 전시행정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TTA가 표준안을 확정했고 키워드 분야의 ‘양대 산맥’인 넷피아와 리얼네임즈가 표준의 유권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좀 더 확실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