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숀 패닝은 냅스터(napster.com)로 음악산업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인물이다.
그러나 티 칸(38)과 스티브 셔프(36)가 없었다면 온라인 음악혁명은 냅스터의 종말과 함께 멈췄을지도 모른다. 칸과 셔프는 영리에 밝은 사업가가 아니었다. 이들은 심심풀이 삼아 PC로 CD 수록곡을 식별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몰두했다. CD를 집어 넣으면 PC의 화면에 앨범의 타이틀과 수록곡이 자동으로 뜨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제작이 이들의 과제였다. 오랜 궁리 끝에 이들은 CD를 디지털 음악파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결국 칸과 셔프는 콤팩트 디스크 데이터베이스를 뜻하는 CDDB의 개발에 성공했다.
따지고 보면 CDDB는 이들의 기술적 재간과 숫한 네티즌들의 기여가 혼연일체를 이뤄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칸은 스트라투스컴퓨터(stratus.com)에서 일하던 지난 93년 유닉스 환경에서 오디오 CD를 재생할 수 있는 XMCD 프로그램에 이어 사용자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과 CD를 일치시키는 디스크 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CDDB는 자신이 이미 아는 CD에 관한 정보를 자동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를 추가한다. PC가 뮤직 CD에서 읽어내는 것은 1과 0이 나열된 디지털 숫자와 각 수록곡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 목차’ 정도가 고작이다.
CD를 인터넷에 연결된 PC에 집어 넣으면 CDDB는 이 안에 19개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고 첫 곡은 3분23초 동안 계속되며 또다른 곡은 2분 10초짜리라는 사실을 읽어낸다.
PC는 이 같은 정보를 즉각 CDDB로 넘기고 CDDB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100만개 이상의 CD를 검색해 주어진 정보와 일치하는 CD를 찾아낸다. 물론 데이터베이스에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담당했다. CDDB의 팬들이 늘어나자 텍사스주의 인터넷 서비스업체 그레이엄톨(gtoal.com)이 웹사이트 호스팅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그레이엄 톨은 칸과 셔프를 설득, 웹사이트 운영경비를 줄이기 위해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넣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톨은 또 온라인 음악 쇼핑몰인 CD나우(cdnow.com)와 계약을 체결, 고객들이 사이트에 뜬 배너광고를 클릭해 CD나우에서 상품을 구입할 경우 CD 한 장당 수센트의 커미션을 받아냈다.
CDDB의 인기가 높아지자 프로그래머들은 이를 상업용 상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며 귀찮게 달라붙었다. 사업에는 문외한인 칸과 셔프 그리고 이들보다 크게 나을 바 없는 톨은 점차 성가셔지는 사이트 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입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쑥한 정장차림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기업의 대표들은 어리숙한 ‘3인방’이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할 법률적 용어들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이들 3인방이 내건 필수조건은 사이트 매입자가 CDDB를 독점적으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레이스노트로 이름을 바꾼 CDDB의 서비스는 8000여명의 비상업용 개발업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상업용 개발업자들은 495달러의 선금을 일시불로 지불한 뒤 사용자 1인당 6센트씩 계산한 라이선스료를 에션트에 매년 납부해야 한다.
CDDB팀 3인방 가운데 톨은 그레이스노트와 인연을 끊었으나 칸은 외부 고문으로 남아 있고 셔프는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1. 지저분한 상업적 거래를 피하려 들지 말라.
2. 변호사없이 협상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라.
3. 사업에 능한 파트너를 구하라.
셔프는 “이제 돌이켜 보면 사업의 사악함과 추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었을 사람을 일찌감치 구하지 않았던 사실이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을 찾아야 할 시점은 언제인가. 이에 대해 셔프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얻으려 찾아와 돈을 주려 든다면 바로 그 때가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