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경쟁력이다>(2)기업의 핵심인력난

 몇년전만해도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에서 최강자라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단연코 A사를 꼽았다. A사는 타업체보다 한발 앞서 GIS 기술을 개발, 이 분야를 선점해 중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회사였다.

 경기 불황과 계열사의 어려움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GIS 핵심 인력들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일부는 경쟁사로 이직했으며 일부는 창업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사의 주요 인력이 떠난 이후 이 회사를 더이상 GIS 분야의 최강자로 꼽지 않는다.

 A사 퇴직자 중 한 사람은 “주요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난 뒤 회사에서는 공백을 메울 만한 인력을 찾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국내 고급IT 인력의 인재풀(pool)이 두텁지 않아 A사처럼 특정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이직했을 경우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업들은 특정 분야 인력 충원과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공채 등으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기도 하고 헤드헌팅업체나 인맥을 동원해 고급 인력을 찾는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일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자사에서 필요한 인력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이 가장 손쉽게 인재를 구하는 방법은 신입사원 공채를 통한 것. 그러나 업무에 서투른 신입 사원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즉시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 통상 신입사원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려면 최소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신입 사원으로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대졸자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시대에 동떨어진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업무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시켜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봤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업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쓸만한 사람’을 찾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경력직의 경우도 웹디자인 등과 같은 디자인 인력은 풍부한 반면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 및 시스템 설계 분석 등의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엔지니어링 직종의 경력자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력전문업체나 인맥을 통해 관련 경력자를 구하더라도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상태라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이들 고급인력을 ‘모셔오기’가 어렵다고 한다.

 고급 인재층이 얇다 보니 고액 연봉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신 장비업체인 B사는 경쟁사인 C사로부터 GSM방식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임원을 중심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사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직원을 빼앗긴 C사는 유럽관련 프로젝트 수행에 여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C사는 B사가 자사의 핵심 기술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져갔다며 인력 유출을 문제로 삼았다.

 B사는 결국 새로 영입한 임원을 1년이 넘도록 발령내지 못한 채 관련연구 작업을 소문나지 않도록 조용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수 인재 스카우트는 결국 기업간 연쇄적인 스카우트 현상을 불러오고 같은 업종 기업간에 갈등을 심화시켜 관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지적했다.

 소수나마 있는 고급 인력들과 기업이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헤드헌팅업체인 유니코서어치의 박상혜 상무는 “인재를 선발하는 기업들의 시각이 협소해 고급 인력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정작 자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채 막연하게 사람을 뽑고 있다는 것이다.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열기가 식은 이후 실직한 고급 인력들이 있지만 기업에서는 이들을 다시 뽑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또한 해외 인력에 대한 선호 때문에 국내 IT 현장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춘 사람을 배타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고급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당면한 IT 업계의 고급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내 IT 인력의 수급체계를 정밀하게 파악해 기업과 고급인력이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체계적인 인력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T 인력층 자체를 두텁게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