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김문조 교수,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돈 탭스콧 지음/물푸레 펴냄

 ‘질풍노도적 존재’로서 묘사되는 청소년층은 생애 주기적으로 볼 때 기존 문화에 도전하고 그것을 비판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갈구하는 자유분방한 고감성 세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성이나 분별을 강조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청소년층에게 표준적 가치규범에 준거한 순응적 반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오늘날 청소년은 창조적 문화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대다수는 여전히 TV 시청이나 수면 등 단조로운 여가행위에 골몰하고 있음이 조사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 빈곤이나 고난을 크게 체험하지 않은 풍요시대의 청소년은 실패나 좌절에 대한 내성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성장기 시절부터 디지털 문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돼온 N세대의 경우 대면접촉 기회의 축소로 실제적 맥락에 근거한 인간과 사회의 다면적 이해가 불가능한 한계를 자초할 우려도 크다. 사이버스페이스상의 디지털 감각에 친숙한 나머지 실질적인 생활감각이나 사회인식을 결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혼돈이나 착각은 사실상 이제까지는 그 전례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정보화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상응하는 이같은 부작용은 진지한 타개책 없이는 그 해결이 난망하리라 생각된다.

 정보화가 청소년층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해 가장 잘 알려진 논의는 ‘N세대론’이다. ‘N세대론’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양방향성과 상호작용성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지난날의 정보혁명과는 근본적으로 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텔레비전·라디오·신문·잡지 등 기존 매체들이 일방적이고 서열이 뚜렷하며 중앙 집중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정보통신기술의 급성장과 함께 발전으로 등장한 새로운 매체는 해당 매체의 이용자들에게 양방향성·융통성·자율성을 내재화시키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매체를 습득하고 생활화하는 신세대는 전통적 학습방법이나 통제양식을 습득한 이전 세대와는 의식과 행동방식이 판이할 것으로 예견된다.

 돈 탭스콧은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의 인식하에 아날로그 체제를 넘어선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N세대는 산업사회의 청소년층과 구별되는 상이한 의식과 가치관을 배제함으로써 종전의 세대와는 질을 달리하는 새로운 의식세계를 구축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터넷 사용을 생활화한 N세대는 강한 독립심, 감성적·지적 개방성,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성, 자유로운 표현과 강한 자기주장, 혁신적 태도, 성숙에의 몰입 등을 내화함으로써 위계적 사고, 일방향 교육, 통제 마인드 등에 익숙한 산업화 세대와는 근본적으로 판이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청소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과정에 있는 미완적 인격의 소유자로서 ‘제2의 미디어 시대’라는 시대적 전환기에 직면해 수많은 시행착오나 난관을 치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중심주의적 사고구조에 천착하는 기성세대에 비해 사회적 적응도가 우월한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용에 적극적이며 온라인 접속을 선호하는 N세대 청소년은 ‘정보문명’이라는 새로운 생활환경에서 문화적 주도적 역량을 배가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세대간 존재하는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의 차이를 ‘세대격차(generation gap)’라고 통칭할 때 정보시대의 청소년 세대는 단순한 세대차를 표출하는 선을 넘어서서 기성세대를 추월하고 압도하는 ‘세대덮기(generation lap)’를 야기할 수 있는 문화선도적 존재로 부상하게 되리라고 탭스콧은 주장한다.

 정보시대의 청소년에 관한 지금까지의 정책연구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매체의 사용법과 정보자료 활용능력의 함양에 주력했을 뿐 정보교양의 제고를 위한 정보 마인드의 육성을 겨냥한 것이 드물었다고 본다. 그러나 정보시대에 들어서면서 청소년층의 문화적 잠재력이 보다 강화·강조돼 그 창의적 실현을 위한 정보환경 개선이나 정보교양 증진방안이 적극 모색돼야 하는 현 시점에서 그 전위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N세대의 내면세계에 대한 정치한 분석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탭스콧의 저서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은 바로 이런 취지에 부합되는 의미있는 저작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N세대의 생활세계에 관한 이같은 연구는 청소년 비행 억제와 같은 방어적 목적을 위해서는 물론이요, 청소년 복지향상이라는 보다 전향적인 사회발전 목표를 향도하는 의의있는 성과 중 하나로서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 pkim8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