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변신은 무죄’
LGCNS(구 LGEDS시스템)에게 2002년 새해는 변신을 위한 한해다.
지난 연말 미국 EDS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독립경영체제로 출발하는 첫해이기 때문. EDS의 지분 50%를 전량 인수하며 ‘LGCNS’라는 새이름도 갖게 됐다.
새이름이 확정되자마자 회사 건물 안팎에 붙은 대부분의 로고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교체됐다. 본사 건물 앞에 놓인 주차금지 표지판도 이제는 LGCNS 로고를 달고 있다. 새해에 회사로 첫 출근한 LGCNS 직원들조차 빠른 작업 속도에 놀랄 정도다.
LGCNS의 변신은 회사이름과 건물 로고를 바꾸는 간단한 작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LGCNS는 새로운 독립경영체제로의 출범과 변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독립호로 새출발하는 LGCNS를 이끌 첫 선장인 오해진 사장도 “이미 4∼5년 전부터 기술이나 영업측면에서 EDS와의 합작으로 인한 효과는 사라졌으며 실질적으로도 EDS와는 완전히 독립된 운영체제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가 “국내 영업이나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만큼은 독립경영체제 출범 후에 더욱 높아질 것”으로 장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해외사업부문에서 미국 EDS와의 합작관계는 LGCNS에게 오히려 짐이 됐다. 합작계약이 유효하던 1년 전만 해도 LGCNS가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EDS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지분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1년 동안도 공격적인 해외영업이 불가능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려고 해도 장기적인 투자를 꺼리는 EDS측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 사장은 이번 EDS와의 지분 정리를 LGCNS가 세계 시장을 무대로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일로 평가한다. 말하자면, 그동안 LGCNS를 국내 시장에만 머물도록 한 족쇄가 풀린 셈이다.
실제로 LGCNS는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에 이어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만간 중국 시스템통합(SI) 시장을 개척할 합작법인이 설립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4대 그룹 중 하나인 알라쉬드 앤 알 투나얀(Al-Rashed & Al Thunayan) 그룹과의 합작법인도 곧 출범할 예정이다 .
회사 이름을 바꾸고 해외시장을 무대로 뛰어다닐 수 있게 된 것은 LGCNS에게 큰 변화다. 하지만 LGCNS의 진정한 변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Network) 기반의 상호 연결(Connection)을 통해 협업(Collaboration) 관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사회 전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정보화의 역할도 컨설팅(Consulting) 능력과 솔루션(Solution) 기술을 토대로 업무영역 전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시스템 구축이라는 단순 작업의 차원을 넘어 컨설팅부터 시스템 운영에 이르는 종합적인 IT서비스(Service)가 필요합니다.”
사회 전체적인 핵심 역량과 정보화의 역할 변화에 맞춰 SI기업 스스로도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 오 사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결국은 고객과의 협업관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오 사장은 보고 있다.
이같은 오 사장의 신념은 LGCNS라는 새로운 회사 이름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LGCNS에서 C는 ‘Consulting’ ‘Communication’ ‘Connection’ ‘Collaboration’을, N은’Network’ ‘ New’ ‘And’ 그리고 S는 ‘Solution’ ‘System’ ‘Service’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오 사장은 이번 사명변경을 “EDS의 지분인수에 따라 회사이름을 바꾸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행동과 의식의 완전한 변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LGCNS는 이미 지난해부터 기업혁신프로그램(ETP:Enterprise Transformation Program)을 통해 전체적인 회사경영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ETP 과제에는 컨설팅과 비즈니스 역량 제고, 금융사업의 전략화, 경영 지원 및 관리 강화, 조직구조 재설계, 브랜드 인지도 향상, 협력업체 육성 및 관리, 통합 IT 조달 역량 강화, 해외시장 공략 등 회사 경영 전반에 관한 모든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직원들에게 변신을 요구하기에 앞서 오 사장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바꾸었다.
우선, 지난해 사옥을 이전하며 오사장은 사장실을 가능한 아래층에 만들도록 지시했다. “전망 좋은 고층 사무실은 고생하는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웃는다. 별도의 접견실도 없애고 사무실 크기는 절반으로 줄였다. “사무실에서 마라톤을 할 것도 아닌데 넓을 이유가 뭐 있느냐”고 되물었다.
사무실 벽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을 오가며 사장 얼굴과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는 설명이다.
“이제는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LGCNS와 오 사장은 회사 이름과 로고에서부터 사무실 크기와 위치, 더 나가 직원들의 사고와 업무 방식까지도 모두 바꾸는 변신을 선택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오해진사장 프로필>
△62년 서울고 졸업 △69년 서울대 상과대학 상학과 졸업 △70년 LG칼텍스정유 입사 △87년 LGEDS시스템 CFO △91년 LGEDS시스템 기술지원부문 상무이사 △93년 LGEDS시스템 서비스사업부 상무이사 △95년 LGEDS시스템 전무이사 △99년 LGEDS시스템 부사장(총괄) △2000년 LGEDS시스템 공동 대표이사 △2000년∼현재 한국CIO포럼 회장, 한국CAD/CAM학회 회장,
경영정보학회 부회장, 한국전자상거래(CALS/EC)기술협회 부회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2001년 LGEDS시스템 공동 대표이사 사장 △2002년 LGCNS 대표이사 사장
▶ 수상경력
△86년 재무부장관 표창(조세정책자문) △94년 LG그룹 인간존중경영부문 장려상 △96년 대통령표창(과학기술진흥, 제29회 과학의 날)
▶ 저서
△99년 ‘기업문화를 바꿔야 지식경영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