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정보격차가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정보를 집적하고 이를 활용하는 정보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정보후진국 사이의 격차는 날로 심화하고 있지만 일부 개별국가의 노력만으로 이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같은 현실을 인식한 정보화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정보격차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회의를 비롯해 각종 단체를 통해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일기 시작한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 연대 움직임으로는 유엔의 연구조사활동을 들 수 있다. 유엔은 국가간 정보격차연구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라별 격차와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혜택의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은 개도국이 지고 있는 채무의 1%를 탕감해 주고 이 자금으로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의 보고서를 시발로 오키나와 G8 정상회담, ASEM 및 APEC 정상회의 등에서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는 핵심 사안으로 등장, 다양한 대안책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각국의 NGO들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대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온라인을 통한 국제적인 협력과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NGO 차원에서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상시적인 국제회합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범정부기구인 정보격차해소위원회를 설립할 정도로 정보화 선진국 대열에 올라 서 있다. 따라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정보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이 설립해 운영하는 정보격차해소재단(DGF)에 일본·호주·독일 등과 함께 초대 이사국으로 진출해 있다. DGF는 선후진국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정보화를 통해 저개발국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단체 등이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다. DGF는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때 제안해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정보격차해소사업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두 사업간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협력 참여를 계기로 개도국 정보화를 위한 교육·훈련 센터를 국내에 유치, 개도국 정책결정자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 국제 심포지엄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 참가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선진 IT기술과 관련 산업을 집중 홍보해 장기적인 IT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규 정보통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다양한 정보통신분야의 개발협력을 통해 국내업체의 해외진출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