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면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메커니즘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규명됐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서유신 교수팀은 실험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젊은 쥐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는 ‘세포사(細胞死)’가 노화된 쥐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포사란 손상된 DNA를 갖고 있는 세포가 스스로 죽음으로써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세포의 자기방어기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1월 2일자에 수록됐다.
연구 내용에 따르면 음식이나 화장품·매연·담배연기 등 생활 주변에 존재하는 알킬화제(DNA 손상에 관여하는 가장 흔한 물질)로 젊은 쥐와 노화된 쥐의 DNA를 인위적으로 손상시킨 결과 젊은 쥐에서는 DNA가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 죽는 세포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노화된 쥐에서는 세포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손상된 DNA를 갖고 있는 세포가 젊은 쥐에서는 세포사라는 과정을 통해 없어지지만 노화된 쥐에서는 계속 살아남음으로써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도 “이번 연구는 노화로 나타나는 DNA 손상 세포 증가와 이에 따른 암 발생 증가라는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동물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